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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올해는 없다”는 김여정… 트럼프에 “대선 성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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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올해는 없다”는 김여정… 트럼프에 “대선 성과 바란다”

입력
2020.07.10 18:00
수정
2020.07.10 20: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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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귀국 다음날 “美 위협할 생각 없다”?
대선 결과 보며 대화 재개 여부 결정 의도?
“美 독립절 DVD 갖고싶다” 이례적 언급도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안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안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떠난지 하루 만인 10일 미국에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서다. '미국과 대화는 없다'며 팩 돌아 앉긴 했지만, 미국의 제스처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의미다.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김 제1부부장의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대화를 재개할 만한 큰 보따리'를 미국에 요구하는 쪽에 가깝다. 

강경한 김여정 "연내 북미정상회담 없을 것"

 김 제1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장문의 담화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조미수뇌회담은 우리에게 무익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도 없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아봐야 우리의 시간이나 때우게 될 뿐"이라고 했다. 당장 ‘받을 것’이 없는 북미 정상회담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비건 대표가 별다른 ‘보따리’를 가져오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이 행간에 담겨 있다. 

그는 특히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불가역적인 중대 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북미 수교, 대북제재 해제, 적대적 대북정책 철회 등이 있어야 비로소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동시에 '파국은 없다'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무력 도발 가능성을 차단했다. 올해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대선까지는 '상황 관리'를 원하는 만큼, 미국을 자극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상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담화는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면서 북미대화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업, 즉 대선에서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는 담화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재등판한 김여정... 비건의 카운터파트?

비건 대표는 이번 방한 기간 ‘최선희가 아닌 권한 있는 카운터파트를 임명해달라’고 북측에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을 내세워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은 그간 대남 스피커 역할에 주력해왔다. 김 제1부부장이 '대남 총괄’을 넘어 외교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부장관급인 비건 대표의 맞상대를 자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 제1부부장은 본인의 급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북한이 비건 대표의 요구대로 앞으로 카운터파트를 바꿔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참석을 위해 방남했을 때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참석을 위해 방남했을 때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 DVD 갖고 싶다" 이례적 언급


김 제1부부장은 담화 말미에 느닷없이 “며칠 전 TV 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외국 문물 유입을 일절 차단한 북한으로선 매우 이례적 요구다.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것은 DVD가 아닐 것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미국을 향해 '물밑 접촉'을 하자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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