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무슨 노래 듣고 싶으세요?"
다음달 15일 서울 잠실동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 '썸머 브리즈'를 여는 피아니스트 김광민(60)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 이번 무대 레퍼토리를 묻자 오히려 역질문을 했다. 보통 공연엔 연주곡 프로그램이 미리 공개되기 마련. 하지만 김 교수 공연 소개엔 '아름다운 서정을 만난다' 같은 알쏭달쏭한 말 뿐이다.
최근 동숭동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만난 김 교수는 "공연 당일 느낌에 따라 무대에서 칠 곡을 정한다"며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고 말했다. 관객과 호흡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다만 3년만의 독주회인 만큼 오래 기다린 팬들을 위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기본적으로 연주하고, 미발표 작품도 몇 곡 선보일 예정"이라는 말은 했다.
김광민 공연의 이런 특성 때문일까. 이미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팬들의 신청곡이 쇄도하고 있다. '지구에서 온 편지' '아버지' '비오는 날' '학교 가는 길'까지 다양하다. 이참에 인터넷으로 신청곡을 받아볼까도 생각 중이다.
최근 타계한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를 기리는 시간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교수는 "네 살 때 본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 나오는 트럼펫 선율을 좋아했는데, 나중에야 작곡자가 모리코네란 걸 알았다"며 "내 음악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라 말했다. 지난 5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던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의 요청으로 모리코네의 '러브 어페어'를 들려주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김 교수는 모리코네의 곡을 피아노로 들려주며 회상에 잠시 잠겼다.
모리코네처럼 김 교수도 대중에게 친숙한 곡을 써왔다. 이제는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까지 실린 '학교 가는 길'이 대표적이다. 그는 "중학생 때 순간적으로 쓴, 몇 마디 분량의 곡인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신기하다"며 "지금은 내가 팬들이 만든 편곡 버전 악보를 구해서 무대에서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웃었다.
젊었을 적 밴드('시나브로') 활동부터, 뉴에이지와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피아니스트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의 음악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우선 록으로 써놓은 곡들이 좀 있어 내놓을 생각이고요. 재즈와 록을 퓨전하거나 펑크도 해볼 생각이에요. 한 곡씩 따로따로, 싱글로 내려고요."
'아름다운 서정' 운운한 피아니스트가 이래도 될까. "1991년 잔잔한 분위기의 1집('지구에서 온 편지')을 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더 놀랐어요. 쿵쾅거리는 재즈 하더니 갑자기 왜 이런 걸 하느냐고요. 사실 전 강렬한 음악 좋아합니다.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해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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