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 앞두고 '의도적 무시'?
나이지리아 후보에는 "무게감 있다" 긍정 평가
수출규제 분쟁 의식해 한국 후보 저지 적극 관여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8명의 후보가 본격 득표전을 앞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에 나섰다.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에 오를 경우 WTO 분쟁해결 절차를 밟고 있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일본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하면서다.
사무총장 선거는 오는 15~17일 열리는 일반이사회에서 후보들이 회원국을 대상으로 소신 표명연설을 하고 지지를 호소한다. 회원국 간 협의에서 후보를 좁혀가면서 만장일치로 선출하는 것이 관례여서 일본은 유 본부장의 당선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후보를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장관은 "일본 정부도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제대로 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주목하는 후보는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다. 마이니치신문은 10일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했고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해 국제적 지명도와 대국과 대등하게 논쟁할 수 있는 무게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를 지원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과 보조를 맞출 경우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 사무총장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주요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산케이신문도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나이지리아 후보가 중국과 적절한 거리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편향성을 의식해 국제기구 운영과 관련해 날로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임자라는 것이다. 케냐 출신으로 여성인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도 출마했으나 일본 정부는 나이지리아 후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유 본부장에 대해서는 평가 절하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산케이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각료 경험이 없으며 8명 후보 중 수수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미중 대립이 심화하는 등 주요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 언론이 한국 후보만 다루는 것은 다른 후보들에게 실례"라는 정부 내 분위기를 전하며 "일본 정부는 아예 유 본부장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도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처럼 WTO 개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유 본부장의 국제적 지명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의 보도가 유 본부장을 너무 크게 다룬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유 본부장에 대한 의도적 무시와 평가 절하를 통해 당선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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