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 합의안을 대의원 대회에서 표결로 결정하되 ‘부결시 지도부가 총 사퇴한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 위원장이 주도해 시작된 노사정 합의에 대해 내부 동의를 얻고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다. 그러나 합의 반대파들이 대의원대회 개최 결정조차 ‘김 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계파로 갈라진 민주노총 내분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넷째 주중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사회적 대화 최종안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날 노사정 합의안의 최종안 추인이 부결된다면 나와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 등 지도부 전원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규약상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총회 다음가는 의결 기구로,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소집할 수 있다. 대회에서는 조합원 500명당 1명꼴로 선출한 대의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안건 찬반을 결정한다. 현재 대의원은 약 1,440명으로 이 중 절반이 불참할 경우 대회는 부결된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유행상황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지도부가 대의원대회 개최를 택한 이유는 중앙임원 등 일부 대표자들이 모인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는 내부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사정 협의체에 줄곧 반대해온 중집 위원들을 넘어서 보다 광범한 조합원들에 합의 정보를 공유하고 취지를 설명할 경우 승산이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내부소통 과정을 두고 “노사정 1차 합의시한인 6월 30일을 맞추기 위해 압축적 교섭을 하면서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못하고 교섭단위간 정보차가 생겨 지적을 받았다”고 진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나아가 “안건설명ㆍ토론 등 약 8~9일간에 거친 사전 논의 이후 투명한 방식으로 표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승부수가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 합의안은 이미 지난 2일 중집에서 과반수 이상의 위원이 반대한 사안인데다, 노총 내 최대 계파이자 김 위원장이 속한 ‘국민파’ 조차도 합의 반대를 공식 천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장파’ 등 기존 강경파와 더불어 온건파인 국민파 조차 대의원대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현 지도부는 내부 합의의 높은 벽만 확인한 채 쓰라린 퇴장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대의원대회 자체가 무산될 공산도 없지 않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발표 직후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등 각 단위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합의안을 처리하려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더욱이 건설노조 김창년 서울건설지부장 등 일부 대의원들은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 철회’를 요구하는 연서 작업에 돌입했다. 김 지부장 등은 "중집에서 합의안을 결정하겠다는 기존 논의를 번복한 건 의결기구 절차를 짓밟는 행위"라며 "위원장이 대의원대회를 강행할 경우 강력한 부결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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