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의 윤곽이 공개됐다.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이용자 차별 허용과 지원금 규제 한도의 상향 조정에 따른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게 골자다.
과학기술정부통신부, 방통통신위원회, 이동통신3사, 이동통신유통협회, 시민단체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협의회)는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 2월 현 시장 상황에 맞는 단통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등과 협의회를 꾸렸다.
단통법은 고가 요금제에 집중된 차별적 보조금을 금지하고 누구나 쉽게 가격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2014년 10월 도입됐다. 특히 단말기 구입시 제공되는 공시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하고, 공시지원금 외에 보조금을 규제해 사업자로 하여금 스스로 통신요금 및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도록 유도한다는 정책적 목표도 제시됐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신형 단말기가 출시될 때마다 이통사와 유통점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시장 과열이 반복됐다. 소비자들도 "더 많은 할인을 해준다는데 왜 불법이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는 단통법 도입으로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가계 통신비가 인하됐다고 평가한다. 실제 월평균 가계 통신비는 단통법 도입 전인 2013년 15만2,792원에서 2019년 12만3,006원으로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단통법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용자 차별이 현장에서 여전히 발견되나 대부분의 이용자는 획일적인 지원금을 제공받고 있다"며 "단통법이 없었다면 차별이 다소 증가할 지언정 지원금도 증가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협의회에서는 사업자 간 경쟁을 촉발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입 유형별 지원금 차별 금지 개선 △법정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 규제 확대 △공시지원금 의무유지기간(7일) 단축 등이 제시됐다. 염수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을 차별 금지하는 것은 사업자간 경쟁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합리적 차등을 허용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공시지원금을 7일간 유지하는 것이 부담인 이통사는 언제든 변경 가능한 유통망 판매 장려금을 통해 일부에 초과 지원금을 지급, 이용자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시 유지 의무기간을 3~4일로 축소하거나 공시 변경을 주 2회 가능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통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ㆍ 아이폰 등 고가 스마트폰의 경우 공시지원금이 평균 152일 동안 바뀌지 않은 반면 유통망 판매 장려금은 하루 평균 8회씩 변경됐다.
유통망의 판매 장려금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나왔다. 장려금에서 공시지원금 중심의 경쟁으로 전환해 부당한 소비자 차별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통사는 특정 유통망에 대해 장려금을 대폭 높여 휴대폰 판매점에서 소비자에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협의회는 휴대폰 유통망에서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유통점 장려금 자체를 공시지원금에 연동해 그 한도를 규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협의회가 제시한 대부분의 방안에 대해 이통사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협의회는 구체적인 단통법 개정 작업은 정부와 국회에 넘기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협의회에서 제안한 정책제언들을 새겨들어 통신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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