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北 의사 타진하는 듯
양측 조건 맞으면 '10월 깜짝쇼'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월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연일 군불을 때고 있다. 각종 악재로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북한과의 깜작 정상회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북한은 겉으론 미국 국내 정치에 이용되는 이벤트는 일축하고 있지만, 회담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아 물밑에서 양측간 탐색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전화 콘퍼런스에서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당사자가 있는, 진행 중인 대화에 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이어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면서 “그것이 정상회담보다 낮은 수준에서든지, 또는 고위 지도자(senior leaders)들이 다시 함께 모일 수 있도록 적절하고 유용한 활동이 있다면”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누가, 어떻게, 언제에 대해서는 오늘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에둘러 표현 하긴 했으나 대선 전 정상회담 가능성을 아예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적절한 활동이 있을 경우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모일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도움이 된다면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회담 개최 여부에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3차 회담 문을 열어놨다. 기본적으로 북미협상 성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재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가 ‘진행 중인 대화’라고 언급한 대목 역시 수면 아래서 북측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잇단 미국의 유화 제스처는 일단 연말까지 정상회담 논의를 매개로 북한 악재가 돌출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는 측면이 없지 않다. 대화를 통해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점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는 점을 계속 활용해 나갈 수 있다. 물리적 여건 상 대선 전 정상회담 개최가 어렵더라도, 회담 논의 자체만으로 북한의 돌발 무력행동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꾸준히 온건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10월 깜짝쇼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反)인종차별 시위와 부실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여파로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설 경우 무리를 해서라도 국면 반전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어느 정도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대선용 정상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확실하게 선은 그은 상태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7~9일 한국 방문 자리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환경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북한 역시 대선에 쫓기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충분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월 서프라이즈’ 시나리오의 불씨는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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