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베리硏?"평양 인근 탄두 생산시설" 주장?
군ㆍ정보당국 "핵무기와 직접 관련 없는 곳"
?2018년에도 위성사진 분석 두고 신빙성 논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핵탄두 개발 시설을 가동 중이라는 미국 민간 연구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장소는 그간 북한 핵 개발 시설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이런 추정을 사실상 부인하면서 위성사진 분석만으로 북핵 시설을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8일(현지시간)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평양 만경대구역 원로리 일대에 북한 핵 시설의 모든 특징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연구소 측은 보안 경계선, 부지 내 고층 주거시설, 공개된 적 없는 지도자 방문 기념물, 지하시설, 다수의 차량 이동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은 협상 기간에도 핵무기를 만드는 속도를 늦추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해당 시설은 2015년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진이 처음 확인했다고 한다. 루이스 소장은 "당시엔 이 곳의 역할을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안킷 판다 미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이 출간할 서적에 이 곳이 소개됨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판다 연구원은 신간 '김정은과 폭탄'에서 원로리가 탄두 생산시설과 연관돼 있고 유사시를 대비해 비축무기를 분산 배치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 정보당국 소식통은 "핵무기를 직접 개발ㆍ생산하는 시설과 관련이 없는 곳으로 안다"며 "북한의 핵 개발 활동과 관련해 중요한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원로리에 핵 관련 의심시설로 추정되는 곳이 있지만 세부 활동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심 가는 정황은 있지만 핵탄두 생산시설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사실 루이스 소장도 판다 연구원의 주장을 인용했을 뿐 다른 근거를 내놓진 않았다. 위성사진 분석만으로 무리하게 추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한창이던 2018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미들베리연구소는 당시에도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함흥 미사일 제조공장이 확장됐다"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폐기 의지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는 "공장 규모가 작고 폭발에 대비한 벽이 없다"며 "(미사일) 추진체통을 만드는 시설일 수 있지만 미사일 제조공장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미들베리연구소가 협상파를 견제하려는 강경파의 여론전에 총대를 맨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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