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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공직자를 위한 변명

입력
2020.07.09 18:00
수정
2020.07.09 18:22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 다주택 공직자 주택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다주택 청와대 공직자 즉각 교체와 부통산 투기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 다주택 공직자 주택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다주택 청와대 공직자 즉각 교체와 부통산 투기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양조장 주인 빵 제조업자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 관심 덕분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이는 사회를 지탱할 재화를 생산 유통하면서도 성직자나 귀족에게 천대받았던 18세기 유럽 신흥 자본가들이 당당히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됐다. 또 “개인은 오직 자신의 이득을 추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사회적 이익)을 증진하게 된다”는 스미스의 통찰로 인해 ‘이기심’은 도덕적 위선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격상됐다.

□ 식상한 상식을 다시 들먹인 것은 현 정부 부동산 대책이 ‘다주택 공직자 집 팔기’라는 궁지로 몰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가장 큰 책임은 이기심을 통해 작동하는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부동산 정책을 선악을 다루는 형법처럼 운용해 온 정부에 있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다주택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듯하다. 다주택자 중에도 가장 만만한 대상이 공직자다. 언론도 가세해 다주택 고위 공직자 명단과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여론에 밀려 집을 팔면 ‘절세 꼼수’ ‘재테크 귀재’라며 꼬집는다.

□ 애덤 스미스도 이기심이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반대한다. “구성원 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는 결코 번영하고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몇몇 개인의 자유 행사는 정부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한정 공급할 수 없는 부동산은 이기심을 제한해야 할 대표적 시장이다. 하지만 법 테두리 속에서 이익 추구마저 선악의 잣대를 가져다 대는 정부와 언론행태는 지나치다. 양도세 절세를 위해 지방 주택을 먼저 판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양도세보다 적은 증여세를 납부하려고 아들에게 집을 물려준 국회의장의 선택은 시장경제의 원칙에서 보면 당연하다.

□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도덕적 선택과 행동이 찬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자발성’ 때문이다. 만일 법이 도덕을 강제하는 순간, 존경받을 도덕적 행동의 범위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 있다. 국민이 공직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 역시 법을 지키라는 것에 그쳐야지, 도덕적 행동을 강요할 수는 없다. 더 높은 도덕을 갖춘 공직자를 원한다면 투표장에서 한 표를 신중히 행사하는 수밖에.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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