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관리품목 100개에서 338개로 확대, 첨단산업 유치해 세계공장으로 도약"
일본 정부가 지난 해 7월 반도체ㆍ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하고 나서 한 달 뒤인 8월, 우리 정부는 "'가마우지 경제'를 '펠리컨 경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가마우지 경제는 한국 기업이 부품과 소재 등을 일본에서 수입해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상 한국 수출이 많을수록 일본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는 구조를 말한다.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목 아랫부분을 묶어놓고 하는 낚시법에 한국 경제를 빗댄 용어다. 반면 펠리컨은 먹이를 부리 주머니에 담아 새끼를 키우는 동물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이를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펠리컨 경제로 전환에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진단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시작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한 단계 높인 '소부장 2.0' 전략을 내놨다.
9일 정부가 발표한 소부장 2.0 전략의 뼈대는 소부장 공급망 관리 대상 품목을 기존 100개에서 338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기술 개발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반도체ㆍ바이오ㆍ미래차 등 이른바 '빅3' 분야의 첨단 산업을 집중 유치하기 위한 각종 대책도 포함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공급망 재편에 선제 대응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공급망 관리 핵심품목을 338개 이상으로 늘리고 첨단형(158개)과 범용형(180개)으로 나눠 기술자립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차세대 전략 기술 연구개발에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특히 반도체ㆍ바이오ㆍ미래차 산업에는 내년에 2조원을 투자한다.
또 앞으로 5년 간 핵심전략기술 분야에서 잠재역량을 갖춘 소부장 으뜸 기업 100개를 선정해 해외 첨단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선두주자로 육성한다.
한국을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 만들기 위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전략'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먼저 첨단 분야의 국내외 기업 유치를 위해 첨단투자지구 제도를 신설한다. 산업단지나 경제특구 등 기존 계획입지 일부에 첨단투자지구를 지정해 토지용도 규제 특례, 각종 부담금 감면 등의 맞춤형 혜택을 준다. 첨단분야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강화하고 유턴 기업에 보조금도 지급한다. 여기에만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년간 소부장 산업이 '가마우지 경제'가 아니라 '펠리컨 경제'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번 대책을 소부장 강국,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우뚝 서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