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보러 갔다 뮤지컬 입문한다" ... '어쩌면 해피엔딩’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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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 보러 갔다 뮤지컬 입문한다" ... '어쩌면 해피엔딩’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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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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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전미도. CJ ENM 제공


요즈음 대학로 최고 화제작은 단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아담한 소극장이 연일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티켓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전미도 효과'다. 

원래도 공연계에선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인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후 인기가 더 치솟았다. 뮤지컬 팬들은 전미도의 무대 복귀를 반기러, 드라마 팬들은 전미도가 가진 무대 위 매력이 궁금해서 공연장을 찾는다. 전미도 보러 갔다가 뮤지컬에 입문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미도에게도 '어쩌면 해피엔딩'은 각별하다. 2015년 시범 공연부터 참여해 2016년 12월 초연까지 했던 작품이다. 더구나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애틋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재회한 전미도(왼쪽)와 정문성. CJ ENM 제공

극 자체도 빼어나다. 탄탄한 서사에 매끄러운 구성, 감성을 울리는 음악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멀지 않은 21세기 후반 서울,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헬퍼봇'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가 있다. 자신을 버린 주인 제임스를 기다리며 홀로 지내던 구형 헬퍼봇 올리버의 집에 누군가 찾아온다. 옆집의 헬퍼봇 클레어다. 두 로봇은 매일 같은 시간 충전기를 빌려주고 돌려받으면서 가까워진다. 

올리버는 제주도에 가는 게 꿈이다. 그곳에 제임스가 있기 때문이다. 클레어는 제주도 숲에만 남아 있다는 반딧불을 보고 싶어 한다. 그렇게 둘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우린 자율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 "너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야." 사랑은 재채기 같아서 막을 수도, 참을 수도, 감출 수도 없다. 아무리 다짐한들, 눈길은 자꾸 서로를 향한다. 두 손 끝이 살며시 맞닿고,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나눈다.

무대 위 두 배우는, 표정과 몸짓의 작은 떨림만으로 사랑을 그려 낸다. 감각세포가 깨어나는 듯, 전류에 감전된 듯, 새콤달콤한 과일 즙이 톡톡 터지는 듯, 아찔하고 짜릿하고 생기롭다. 철 지난 유행가처럼 낡고 닳아 버린 온갖 감정들이 화석 같은 껍질을 뚫고 새살로 돋아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새로 합류한 '대학로 블루칩' 양희준. CJ ENM 제공

그러나 시간은 어찌나 잔인한지. 로봇에게도 '영원'은 없었다. 수명이 다해 가는 클레어는 홀로 남겨질 올리버를 위해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누굴 사랑하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인 줄 몰랐어." 극장 안에도 소리 없는 훌쩍임이 번지기 시작한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작별 인사를 나눈다. "내 문을 두드려줘서 고마웠어.'' "문을 열어줘서 고마웠어." 로봇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용기로 누군가의 마음을 가만히 "똑똑" 두드려 보라 한다. 코로나19 시대, 온기를 되찾게 해주는 작품이다. 9월 13일까지 서울 동숭동 예스24스테이지.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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