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코로나19 이후 가족 설문조사
돌봄공백 크지만 기관신뢰는 낮아
초등생 자녀 가정 85% 긴급돌봄 이용 안했다
'자녀의 코로나19 감염우려' '기관 이용 불안'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동ㆍ청소년 대상 돌봄서비스 수요는 늘었지만, 정작 기관과 정부의 돌봄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코로나19 시기 가족생활과 가족정책 의제'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돌봄공백이 커지고 있지만 감염 우려로 돌봄서비스의 이용률은 낮았다. 이번 조사는 전국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휴원ㆍ휴교 등 돌봄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정이 긴급돌봄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53.1%로 절반이 넘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85.0%에 달했다.
긴급돌봄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직접 돌보는 등)이용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56.3%(중복 포함)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녀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불안해서(41.8%), △긴급돌봄 운영방식이 불안해서(10.1%) △기관의 안전ㆍ위생을 신뢰할 수 없어서(8.5%) 순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감염이나 안전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아이돌보미와 육아가사도우미 등 재가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돌봄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데다 등교 수업도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녀가 홀로 있는 시간은 크게 늘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은 아이가 하루 평균 4시간 45분을 홀로 지낸다고 응답했다. 외벌이 가정의 초등학생 자녀도 하루 평균 2시간 23분을 홀로 시간을 보냈다. 이는 2015년 가족실태조사에서 초등학생이 '방과 후 기관 이용 이후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거의없음 63.0% △1시간 정도 16.8% △2시간 정도 10.3%로 나온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돌봄이 더욱 필요한 미취학 자녀들도 맞벌이(일평균 2시간 46분)와 외벌이(하루 평균 2시간13분) 가정을 가리지 않고 홀로 있는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겼다.
향후 감염병 전파와 같은 유사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기관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돌보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미취학 자녀 가정에서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돌본다는 응답은 81.8%에 달해, 유치원 등 돌봄 기관을 이용(13.4%)하거나 아이돌봄서비스등 정부 지원을 이용(2.4%)한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돌봄 기관과 재가돌봄서비스 인력에 대한 위생 안전을 현재보다 높은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위생관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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