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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카오야이 국립공원, 절벽으로 밀려나는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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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카오야이 국립공원, 절벽으로 밀려나는 코끼리

입력
2020.07.11 11: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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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 입구. 양효진씨 제공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 입구. 양효진씨 제공

태국의 카오야이 국립공원은 1962년 태국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됐다. 카오야이는 ‘큰 산’이라는 뜻으로 약 2100㎢ 면적의 열대우림에 수많은 야생동물이 산다. 아침 일찍 공원 가이드를 만나 국립공원 안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때는 우기였다. 우기에는 거머리가, 건기에는 진드기가 문제인데 가이드는 차라리 거머리가 더 낫다고 했다. 진드기는 라임병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거머리에게 다리를 물리지 않기 위해 긴 양말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덧버선을 신었다.

차를 천천히 몰면서 코끼리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가이드에게 태국에 오기 전에 들었던 사고에 대해 물었다. 작년 10월 초, 11마리 코끼리가 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은 일이 있었다. 공원 관계자는 “무리 생활을 하는 코끼리들이 새끼를 구하려다 떨어졌다”고 했고,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가이드는 30년쯤 전에도 그곳에서 8마리가 죽었다고 했다. 당시 관광객들에게 폭포를 보여주기 위해 코끼리들이 다니던 길을 시멘트로 덮었는데, 기억력이 뛰어난 코끼리들은 좋아하는 먹이가 있던 곳에 가기 위해 위험한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국립공원에 들어오는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편의시설은 많아질 것이고, 그럴수록 코끼리와 같은 야생동물들에게 주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간 같은 곳에서 코끼리들이 떨어져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길은 원래 코끼리 삶의 터전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사람들과 기반 시설들로 인해 코끼리들이 절벽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런 영향을 세심히 관찰하고 대비했다면 코끼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보전활동가의 주장도 있었다. 코끼리가 만든 길을 따라 들어간 열대우림 생태계에 정신이 팔려 인간이 주는 영향에 대해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끼리의 소중한 길을 나의 발자국으로 망쳐버린 것 같은 마음이었다.

야생코끼리가 염분을 섭취하러 오는 장소. 양효진씨 제공

야생코끼리가 염분을 섭취하러 오는 장소. 양효진씨 제공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문을 닫은 카오야이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들이 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해를 맞아 방문한 많은 사람이 며칠 새 23톤의 쓰레기를 남기고 갔다는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휴지기를 두어 생태계가 회복할 시간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약제를 통해 들어가는 사람 수에 제한을 두면 어떨까 싶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마다 몸살 이야기가 나오는 설악산이 떠올랐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립공원은 사람들이 가서 즐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생명들을 보전하는 것이 가장 우선임을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더 이상 코끼리와 같은 야생동물들을 절벽으로 밀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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