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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 나타난 신비로운 분홍색 빙하의 진실은

입력
2020.07.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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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영향으로 빙하 변색…복사열 흡수해 해빙 가속
시베리아는 더위로 시름…지난달 38도 최고치 기록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 있는 발 디 솔레의 프레세나 빙하가 분홍색으로 변했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 있는 발 디 솔레의 프레세나 빙하가 분홍색으로 변했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 있는 발 디 솔레의 해발 2,700~3,000m 프레세나 빙하. 알프스 산맥과 연결된 이 곳은 스키 리프트와 등산로가 있어 방문객들에겐 겨울스포츠의 메카로 통하죠. 그런데 최근 이 프레세나 빙하가 핑크빛으로 물들었어요. 공개된 사진을 보면, 빙하 전체가 분홍빛으로 얼룩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예쁘다"는 반응도 이어집니다만, 사실 반가운 현상은 아니에요. 빙하가 변색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북극권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영국 가디언,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레세나 빙하는 표면에 생긴 조류(藻類)의 영향으로 분홍색을 띠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요. 물 속에 살면서 엽록소로 동화 작용을 하는 해조, 그 중 김이나 우뭇가사리 등 붉은 빛을 내는 홍조류 때문에 빙하가 분홍색으로 물들어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그동안 없던 조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선 여러 논쟁이 있어요. 일단 2017년 그린란드의 빙하를 검게 만든 조류와 같은 종류일 것이라 추측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실 봄과 여름에 알프스 중위도부터 고위도 사이에 조류가 나타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요. 문제는 이 조류가 너무 빨리 번성한다는 겁니다. 조류로 빙하가 변색되면 그만큼 얼음을 더 빨리 녹이고 해수면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거에요. 

빙하는 보통 태양 복사열의 80%를 대기로 반사하는데, 조류가 나타나면 빙하의 색이 변하면서 열을 더 잘 흡수하고 빨리 녹게 되는 것이죠. 지구 온난화로 조류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빙하의 색을 바꾸고 이로 인해 빙하가 녹아 환경이 파괴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 분홍색 빙하는 사실 '최악의 지구 온난화 징후'인 셈이었던 거죠.

따지고 보면 새로운 일도 아닙니다. 앞서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있는 빙하도 변색된 적이 있거든요. 2017년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조류의 성장으로 검게 변했었죠. 더 많은 복사열을 흡수하면서 그린란드의 빙하는 녹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영국 과학계에 따르면 매년 지구 평균 해수면이 1mm씩 올라가고 있는데, 만일 그린란드 빙하가 다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약 7mm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레세나 빙하도 몇 년에 걸쳐 꾸준히 녹아내리고 있어요. 1993년 관측 이래 3분의 1이상이 녹아내렸습니다. 이탈리아 과학계는 빙하를 녹이는 원인으로 스키 리프트와 등산객들을 꼽으며 "지구 온도를 높이는 인간 활동 외에 (빙하를 녹이는) 다른 영향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어요. 

그런가하면 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겨울왕국' 시베리아가 최근 더위로 펄펄 끓고 있는데요.  지난달 말 기온이 38도를 기록해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6월 평균 최고기온이 20도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18도나 오른 것이죠.

유럽연합(EU) 산하 과학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에 따르면 시베리아는 3~5월에도 일부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는데요. 러시아 최북단 하탄가의 낮 최고기온도 25도를 기록해 최고치를 썼다고 해요. 

물론 사람들이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죠.  프레세나 빙하에서는 2008년부터 빙하 보존 차원에서 여름마다 관계자들이 스키 슬로프에 거대 방수포를 덮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지난달에도 약 10만 ㎡를 방수포로 덮어놨습니다. 2018년부터는 알프스 빙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독수리에 데이터 측정 센서를 달아 항공 촬영을 하고 있죠. 

하지만 이것만으론 이미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를 보호하긴 역부족이에요. 프레세나 빙하를 찾은 한 관광객은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어요. 정말 방법은 없는 걸까요. 더 이상 지구가 보내는 경고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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