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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최선희 낡은 사고방식" 北 협상 거부에 강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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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최선희 낡은 사고방식" 北 협상 거부에 강한 불만

입력
2020.07.09 01:00
수정
2020.07.09 01:3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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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관리 주체, 북미서 남북으로 전환 시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향해 "구태한 사고 방식에 갇혔다"고 작심 비판했다. 북미 협상 재개를 공개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비건 부장관은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관계 변화, 핵무기 제거, 또한 한국인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됐다"면서 "협상 권한이 있는 (나의) 카운터파트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명하는 순간, 북한은 우리가 준비돼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협상 재개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도훈 본부장 역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미국은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건 대표는 "한 가지 명확하게 하고 싶다. 우리는 북한에게 만나자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최 제1부상의 담화(4일)를 반박한 셈이다. '대화할 준비는 돼 있지만, 저자세를 취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비건 대표는 최 제1부상을 북한 비핵화 회의론자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두 인물 모두 옛날 사고 방식에 갇혀 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건 대표가 기자회견에선 하지 않았던 발언으로, 주한미국대사관이 언론에 별도로 공개한 발언이다. 

비건 대표가 사전에 준비한 발언을 기자회견 현장에서 빠뜨린 것인지, 미국 국무부 지침에 따라 발언을 추가 협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미국이 최 제1부상을 비판하기로 작정한 것만은 확실하다.  북한의 반응을 노린 '계산된 언어 도발'로 볼 수 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미국은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남북 협력을 진전하려는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외교안보라인을 재정비하고 남북대화 재개를 준비 중인 한국 정부에 적극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같은 태도는 지난해 12월 방한 때와는 딴판이다. 부장관 지명자 신분으로 서울을 찾았던 비건 대표는 당시 "우리는 여기에 있다. 연락하라"며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냈지만, 남북 협력에 지지 발언은 하지 않았다. 

외교가는 미국이 한반도 상황 관리 주체를 '북미'에서 '남북'으로 이동시키려는 조짐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올해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 이전에 북한이 전략 도발에 나서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한반도 상황 관리를 원한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협상 판 자체를 뒤엎는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당분간은 한국의 대북관리 능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미국의 판단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 본부장과의 회담에 앞서 강경화 장관과 조세영 1차관을 차례로 만났다. 조세영 1차관과의 한미 차관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조속한 타결 필요성에 공감했다. 또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회원국 확대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한미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조영빈 기자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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