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항, 비자, 2주 자가 격리 문제 풀어야 가능
최근 발리 코로나19 상황도 불안정
인도네시아의 대표 관광지 발리가 9월 11일 외국인 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고 싶은 해외 관광지 1위에 올라있지만 발리가 문을 연다 해도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사실상 갈 수 없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직항이 없다. 5월 이후 한국과 발리를 잇는 직항 항공편은 중단됐다. 현재 발리를 가려면 수도 자카르타를 경유해야 한다. 한국에서 발리까지 비행기로 7시간 정도 걸리는데 자카르타를 거쳐 가면 대기 시간을 뺀 이동 시간에만 왕복 4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
비자 문제도 걸린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관광 목적 입국이 불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 일본 중국을 대상으로 발리 관광만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지만 우리 입장에서 덜컥 받아들일 상황도 아니다.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에서 입국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9명 중 6명이 발리에서 왔다. 비록 3, 4월에 발생한 일이지만 이후 발리 입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걸 감안하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현재 협의 중인 사안은 관광보다는 비즈니스 차원의 출입국 간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양국 방역 차이 조율과 국내 사정까지 감안하면 협상 타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항과 비자 문제가 해결돼 관광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관광의 효율이 떨어진다. 한국 사람들이 평균 발리에 머무는 기간은 4박5일, 신혼부부의 경우 일주일인 반면, 귀국 후 2주간의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리 관광에 합의하더라도 귀국 후 2주간 자가 격리까지 면제해주는 건 형평성 차원에서 택할 수 없는 카드다. 물론 한 달 이상 발리에 머물면서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도 존재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발리에서 관광업을 하는 교민은 "7월 성수기를 맞아 일부 호텔이 재개장 준비를 했으나 접었다"라며 "비자, 직항, 자가 격리 문제가 순차적으로 풀려야 서서히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은 현지인들도 알아서 하는 등 코로나19를 의식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발리의 코로나19 발병 추이도 아직 불안정하다. 30~40명 수준이던 일일 신규 환자가 지난달 26일 106명에 이어 2일 113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기준 발리의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1,940명으로 인도네시아 34개 주(州) 평균(1,947명) 수준이지만 최근 일일 신규 환자가 상위 12위 안에 꾸준히 드는 것은 불안 요인이다. 이날 기준 발리는 34개 주 중 누적 환자는 9위, 일일 신규 환자는 7위를 기록했다. 현지 역학 전문가들은 "보건 규정을 강화하지 않고 발리 관광을 재개할 경우 발리가 코로나19 감염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정부와 발리 지방 정부가 관광 재개를 여러 차례 언급하는 것은 관광이 주요 산업인 발리의 상황이 그만큼 악화했다는 방증이다. 발리 인구(422만명)의 3분이 1이 넘는 관광업 종사자 128만5,000명은 대부분 실업 상태에 빠져 있다. 발리 지방 정부는 "현재 발리의 관광객 수는 거의 제로(0)"라고 밝히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리 경제와 관광에 미치는 악영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02년, 2005년 발리 폭탄 테러 때보다 더 크고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발리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기준 호주가 12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118만6,000명) 유럽(53만명) 인도(37만4,000명) 영국(28만7,000명) 미국(27만7,000명) 일본(25만8,000명) 순이다. 21만3,000여명인 우리나라는 그 다음으로 8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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