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 2분기도 '디스플레이 1회 수익' 발생
OLED를 계약보다 적게 산 애플의 '위약금'에서 비롯
"전용시설까지 만들어주고 손해" vs "미래 위한 투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8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데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1조원에 가까운 '일회성 수익'을 거둔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 수익은 삼성이 전용 생산라인까지 마련해준 고객사 애플이 당초 계약된 패널 물량을 구매하지 않은 탓에 지불한 위약금 조의 보상금이라 삼성 입장에선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애플의 보상금 지급이 지난해에 이어 재차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사업구조 전환으로 고전하는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 A3공장에 애플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2017년 말부터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2016년 양사가 체결한 계약에는 삼성이 전용 설비를 갖추는 조건으로 애플이 최소 생산량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연간 설비 가동률 50%'가 최소 물량 기준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이 연간 생산 가능한 아이폰용 OLED 패널의 절반 이상을 애플이 구입해야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보상해야 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실적에 반영한 일회성 수익은 애플이 지난해 의무 구매량과 실제 구매량의 차액을 보전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규모는 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에도 올해와 비슷한 액수로 추정되는 '디스플레이 관련 일회성 수익'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는데, 업계에선 이 또한 애플이 재작년 패널 구입이 부진했던 데 따른 '위약금'을 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플의 삼성 OLED 패널 주문량이 당초 계약 수준에 못 미친 건 아이폰의 OLED 채택 제품군이 예상보다 더디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2017년 출시한 아이폰X에 처음 O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이래 2018년(아이폰 XS·XS맥스)과 지난해(아이폰11 프로·프로맥스) 각각 2개 모델에만 OLED를 적용했다. 양사가 계약 당시 공급량을 과다 계상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입장에선 공급선을 늘려 가격 경쟁을 유도할 계산으로 주문량 전망치를 높게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매출이 급감한 올해도 반복될 공산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다만 애플이 올해 하반기 출시분부터 아이폰 전 제품에 OLED 패널을 적용하기로 한 점은 삼성에 호재다.
일각에선 삼성이 과잉투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 전용 라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A3공장 구축에 삼성은 10조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 등 플렉서블 OLED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삼성이 애플 전용 설비를 전환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며, 삼성도 애플과 계약 당시 이 점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객사 계약과 관련된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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