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시 전기차 공급용 배터리 놓고 3사 경쟁 본격화
전기차 배터리를 매개채로 한 국내 4대 그룹의 이른바 '4륜동맹'이 마무리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6월 구광모 LG 회장에 이어 지난 7일 최태원 SK 회장을 만났다. 그룹 총수들이 직접 연쇄 회동에 나선 건 극히 이례적이라, 업계에서는 현대차를 비롯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가 연합 전선을 구축해 세계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배터리 3사는 미래의 협력자인 동시에 당면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부터 5년 간 현대ㆍ기아차의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 3사의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3차 발주를 올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은 현대ㆍ기아차가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손본 정도가 아닌 순수한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는 원년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은 E-GMP에서 생산한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현재 6위인 세계 전기차 판매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현대ㆍ기아차가 5년 내 '빅3'로 도약하려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가 필수다. 이를 위해 현대ㆍ기아차는 앞으로 5년 간 차세대 전기차에 쓰일 배터리 공급 업체를 찾고 있다. 4번으로 나눠 물량을 발주하고 있는데, 1,2차 공급사로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이미 선정됐다. 3차 입찰전도 일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파전' 양상이다.
LG화학은 현재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LG화학 배터리는 차량 모양에 맞춰 적용이 쉽고 안정성 높으며, 수명이 긴 파우치 형태다. 특히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하는 방식은 LG화학만 갖고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LG화학은 24.2%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6.4%)와 SK이노베이션(4.1%)은 각각 4위, 7위에 올랐다.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의 추격도 거세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의 양극재 소재인 니켈(N), 코발트(C), 망간(M) 중 니켈의 비중을 늘려 배터리의 힘과 주행거리를 확대하는 기술에서 세계 최고로 꼽힌다. 특히 작년에 개발한 'NCM9 1/2 1/2(구반반ㆍ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500~700km를 달릴 수 있어 3세대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배터리 양극재로 니켈(N)과 코발트(C), 알루미늄(A)을 사용하는 'NCA(니켈 80% 이상)' 배터리를 내년에 출시한다. 이 배터리 역시 한 번 충전에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삼성SDI가 당장 현대ㆍ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삼성SDI의 경우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해 호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현재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전 시간이 짧고 형태를 바꾸기 쉬운 미래형 전고체 배터리의 가능성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볼 때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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