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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풋볼인사이드] 황희찬 키운 '레드불 스포츠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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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풋볼인사이드] 황희찬 키운 '레드불 스포츠 생태계'

입력
2020.07.09 0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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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영입을 공식 발표한 독일 분데스리가 신흥 강호 RB 라이프치히. RB 라이프치히 홈페이지

황희찬 영입을 공식 발표한 독일 분데스리가 신흥 강호 RB 라이프치히. RB 라이프치히 홈페이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신흥 강호 RB 라이프치히가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로부터 ‘황소’ 황희찬(24)을 영입했다고 8일(한국시간) 공식발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직행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구단에서 좀 더 경험을 쌓겠다는 게 황희찬 계획이다. 누구보다 젊음과 성장을 잘 이해하는 ‘레드불 축구 생태계’라는 점이 기대감을 키운다.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 두 구단의 소유주는 세계적 에너지드링크 브랜드 레드불이다. 1987년 유럽 출시 이래 레드불은 현재 까지 171개국에서 연간 75억 캔을 판매하는 절대강자로 군림한다. 혁신적 마케팅 기법이 폭발적 성장 비결이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디트리히 마테시츠 회장은 제품 출시 전 기존 탄산음료 제품들과 경쟁을 피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에너지드링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것이다. 대학가의 모임, 파티, 클럽을 집중 공략해 입소문을 타는 소위 ‘인싸(인사이더) 마케팅’도 개척했다. “시장이 없으면 우리가 만든다”라는 마테시츠 회장의 말 그대로 레드불은 ‘마케팅(시장을 만들다)' 한다. 

1997년 미국 진출에 성공한 레드불은 또 다른 마케팅 도구를 찾았다. 바로 스포츠다. 아부다비 만수르 왕자의 ‘시티풋볼그룹’처럼 스타와 역사를 돈으로 사는 방식이 아니었다. 레드불은 새로운 정체성과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젊은 세대의 공감을 끌어낸다. 2012년 ‘레드불 스트라토스’ 프로젝트에서 펠릭스 바움가트너는 128㎞ 높이에서 스카이다이빙 신기록을 세웠다. 해당 유튜브 생중계를 무려 8백만 명이 지켜봤다. 업계의 비웃음 속에서 출발한 F1 레드불 레이싱팀은 드라이버 영입보다 직접 육성하는 시스템 구축에 투자했다. 그 결과 자매 팀에서 키운 세바츠찬 페텔은 F1 최연소 챔피언이 되었고 레드불 레이싱팀은 2010년부터 그랑프리 4연패를 달성했다. 현재 팀의 간판인 막스 페르스타펜(22)이 페텔의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황희찬도 레드불이 창조한 축구 생태계의 작품이다. 황희찬이 시작했던 FC리퍼링을 비롯해 잘츠부르크, 라이프치히가 모두 레드불 산하 구단들이다. 현재 레드불은 독일, 오스트리아(2개 팀), 미국, 브라질(2개 팀)에서 총 6개 구단을 운영한다. ‘레드불’을 구단명에 넣으며 동일한 구단 엠블럼과 유니폼으로 브랜드 노출 및 메시지 전달을 극대화한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 구단 운영은 기존 팬들의 반발을 잠재운다. 인수 8년 만에 5부에서 UEFA챔피언스리그 구단으로 수직상승한 라이프치히가 생태계의 정점에 선다. 자매 구단들은 현지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서 라이프치히에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물론 각자 리그에서도 활약한다.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리그 7연패 중이다. 브라질의 ‘레드불 브라간치누’는 단번에 전국 1부로 승격했다. 생태계가 보유한 우수 지도자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한 결과다.

라이프치히와 잘츠부르크는 평균 연령이 23세 정도에 불과하다. 재능을 발굴하고 키우는 시스템이 압권이다. 총괄책임자 랄프 랑닉을 비롯해 제라르 울리에, 올리버 민츨라프, 폴 미첼 등은 해당 분야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최고급 인력들이다. 2012년 마테시츠 회장이 랑닉을 영입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끊자마자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갔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율리안 나겔스만 현 라이프치히 감독은 랑닉의 호펜하임 감독 시절 17세 이하(U-17)팀을 맡아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생태계 내 선수 배치를 결정하는 미첼은 사우샘프턴에서 사디오 마네(현 리버풀), 토트넘에서 델리 알리와 손흥민을 각각 영입했던 능력자다. 랑닉은 “우리는 작은 연못에서 낚시를 한다. 17~23세 선수만 영입한다”라고 설명한다. 레드불 기준에선 황희찬도 꽉 찬 나이에 속한다. 조슈아 킴미히(바이에른 뮌헨), 티모 베르너(첼시), 에를링 홀란(도르트문트), 나비 케이타(리버풀) 등이 레드불 생태계의 역작이다. 유소년 육성의 대명사였던 바르셀로나 라마시아는 리오넬 메시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2020년 축구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유망주에게는 레드불 생태계가 최고의 선택지다. 그곳에는 날개를 달아줄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홍재민 전 <포포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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