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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빠져 자네?" CCTV로 24시간 감시하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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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빠져 자네?" CCTV로 24시간 감시하는 사장님들

입력
2020.07.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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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감시 목적 CCTV... 5,0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

"병원에서 일합니다. 어느 날 폐쇄회로(CC)TV가 탈의실을 제외하고 모든 방에 다 달리기 시작했어요. 원장 사모님은 CCTV로 직원들을 감시하면서 점심 시간에 쉬는 직원에게 '쳐 자빠져 잔다'고 카톡을 보내고, 환자가 없는 시간인데도 휴대폰을 한다고 시말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직장인 A씨)

"CCTV 감시가 너무 심합니다. 거래처와 메신저를 하고 있는데 딴짓한다고 트집을 잡아서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도 못 자고, 사장을 보기만 해도 숨이 안 쉬어지고 두통이 올라옵니다." (직장인 B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정보보호의 날'을 앞두고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해 노동자를 부당 감시하는 사례를 7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가 2020년 1월~6월 이메일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700건 중 11.4%가 CCTV감시ㆍ부당지시에 해당했다. CCTV 감시는 주로 폭언, 모욕, 괴롭힘, 임금체불, 야근강요 등 온갖 불법과 동시에 자행됐다. 감시로 인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거나 화장실을 제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2017년 11월 직장갑질119 출범 후 접수된 CCTV 관련 피해만 100건이 넘는다.

직장갑질119는 "과거와 달리 CCTV 가격이 10만원 수준으로 저렴해지고, 스마트폰 앱만 깔면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CCTV가 보급되면서 직원을 감시하고 약점을 잡아 해고를 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하며 공개한 매뉴얼에서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감시하는 행위'를 괴롭힘의 예로 들고 있다.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연합이 지난달 17일 전남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갑질을 묵인하고 채용 비리를 일으킨 병원장 A씨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광주=뉴스1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연합이 지난달 17일 전남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갑질을 묵인하고 채용 비리를 일으킨 병원장 A씨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광주=뉴스1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경우는 △범죄의 예방 및 수사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 단속을 목적으로 하는 등 극히 제한적이다. 근로자 감시와 같은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다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정보 주체로부터 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목적,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등에 대한 내용을 알려야 하며 이를 어겨도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사용자가 사업장 내 근로자를 지켜보거나 감시할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하는 것을 명확히 금지할 필요가 있다"며 "CCTV로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인사상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노동 감시 문제가 불거지면 근로자가 '감시가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감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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