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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SK 모두 만난 정의선… 미래 모빌리티 산업 '게임체인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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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SK 모두 만난 정의선… 미래 모빌리티 산업 '게임체인저' 노린다

입력
2020.07.07 17: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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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 전환 꾀하는 현대차그룹
4대 그룹 간 협력 관계 구축 땐 글로벌 경쟁력 확보 기대

올해 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이재용(맨 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두 번째)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네 번째) LG그룹 회장, 최태원(다섯 번째) SK그룹 회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올해 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이재용(맨 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두 번째)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네 번째) LG그룹 회장, 최태원(다섯 번째) SK그룹 회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만나 미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로써 두 달 사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월13일), 구광모 LG그룹 회장(6월22일)에 이어 국내 배터리 3사 총수를 모두 만났다. 국내 4대그룹 총수이기도 한 이들의 회동이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할 연합 결성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충남 서산시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만났다. 현대차그룹에선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SK그룹에선 최재원 그룹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장동현 SK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양사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 중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배터리 기술과 관련해선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이 거론됐고, 기타 신기술로는 전력반도체, 경량 신소재 등이 논의 대상이 됐다. 양 측은 배터리를 대여 교환 수리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 플랫폼(BaaS) 구상과 더불어 SK주유소 및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기 위한 혁신에 매진하면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이 양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충남 서산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SK 제공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충남 서산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SK 제공

두 그룹은 배터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와 기아차 니로, 쏘울EV 등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되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하고 5년 간 50만대(약 10조원) 규모 배터리 수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두 달 간 국내 배터리 3사와 '총수 회동'을 진행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업계에서 배터리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고 해석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동화 차량 라인업을 44종으로 확대하고 순수전기차를 56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 3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2만4,116대로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3사 총수와의 만남을 통해 단순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 확보를 넘어선 '큰 그림'을 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국내 대표 기업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밑그림 그리기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그랩(2억5,000만달러), 올라(3억달러), 앱티브(20억달러) 등 해외 유망 스타트업이나 테크기업을 상대로 이른바 'CASE(커넥티비티ㆍ자율주행ㆍ서비스ㆍ전동화)' 관련 투자를 진행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구상도.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구상도.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삼성, SK, LG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미래차 부품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센서, 인공지능(AI), 5G 통신 등에서도 경쟁력 있는 모빌리티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다만 이들 그룹 모두 각자의 주력 사업이 있는 만큼, 본격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연합체 구성이나 조인트벤처(JV)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삼성, LG, SK그룹을 만난 것은 미래차 개발 과정에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IT 기술 접목을 통한 진화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기존 제조사-부품사와 같은 상하관계가 아닌 4대그룹 간 수평적 협력 관계가 형성된다면 미국, 유럽의 모빌리티 연합체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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