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차세대 기술로 글로벌 배터리 업체 도약 노려
반도체·경량 신소재·주유소 등 협력 강화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포함해 모빌리티와 관련된 폭넓은 미래 신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은 7일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 그룹 경영진이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SK그룹 측에선 최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등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정 수석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 내 니로 전기차에 공급하는 배터리 셀의 조립 라인을 둘러봤다. 2012년 준공한 서산공장은 연 4.7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갖췄다.
먼저 양사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에 대해 논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개발한 니켈 비중 90%의 NCM 구반반(니켈·코발트·망간 9 1/2 1/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양산을 내년 말 쯤 시작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비중을 90% 중반대까지 높인 초고밀도 배터리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음극재에 규소(Si)를 첨가해 흑연 대비 에너지밀도가 4배 높은 배터리 기술도 개발 중이다. 업계는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되면 한 번 충전으로 7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10분 충전으로 3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강화, 배터리 업계 내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4.1%를 기록하며 7위에 올랐다. LG화학 (1위·24.2%), 삼성SDI(4위·6.4%)에 이어 국내 업체 중 3위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성장률은 59.6%로 LG화학(70.5%)에 이어 글로벌 기업 중 두 번째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실적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가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의 1차 배터리 납품업체로 선정돼 5년간 10조원 규모의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며, 6일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출에 나선 수소트럭 '엑시언트'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쓰인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늘리면서, 글로벌 전기차 업체로 협력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는 배터리 기술 외에도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 등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최소한의 전력으로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려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반도체다. 현재로선 대부분을 수입해 해외 의존도가 높다. SK그룹은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하는 등 전력 반도체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금속 소재를 대체하는 동시에 기존 플라스틱 소재보다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 복합소재인 차세대 경량 소재는 차 내장 및 배터리팩에 주로 사용된다. 차량 무게를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SK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 그룹은 물로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며 "힘과 지혜를 모아 코로나가 가져올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회동에는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원해 온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참석, 양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와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편, 최 회장은 공식 일정을 마친 뒤 SK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서산 육쪽마늘을 판매 중인 임시 매장에 들러 직접 마늘을 구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 마늘 농가를 돕기 위한 것으로, SK그룹은 사회 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서산 육쪽마늘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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