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더워지고, 화석연료 의존 에너지 생산은 점점 그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세계 풍력발전 총량은 650기가와트에 달했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무려 60기가와트가 증량된 셈입니다. 참고로 2018년 우리나라 총 발전량이 0.6기가와트였지요. 하지만 이 풍력발전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자연 환경에 미치는 대표 사례가 새들과 박쥐의 죽음입니다. 박쥐하면 바로 코로나19나 인수공통감염병 혹은 드라큘라, 기회주의적 인간 등을 떠올립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길복과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화장대나 장롱 등의 문양에 많이 이용했었죠. 박쥐의 한자인 복(?)자가 복 복(福)자와 음이 같기에 복을 불러오는 동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약 6,500여종의 포유류 중 1,300여종이 박쥐류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에는 24종 이상이 서식합니다. 테네시대학 연구에 따르면 북미에서만 연간 약 4조~58조원 정도 경제 이익을 제공합니다. 큰갈색박쥐 150마리 한 군집이 연간 130만마리의 곤충을 먹어 치우죠. 박쥐가 없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소실, 건축 양식의 변화, 고양이의 공격과 풍력발전, 곰팡이성 전염병인 박쥐흰코증후군 등이 있습니다. 특히 박쥐흰코증후군은 2006년도부터 미국에서만 적어도 550만마리가 죽는 피해가 일어나고 있죠.
풍력발전이 박쥐에게 끼치는 영향은 두 가지입니다. 회전날개에 충돌하는 것과 더불어 날개가 일으키는 음압 때문입니다. 길이만 50m가 넘는 회전날개는 천천히 도는 듯 보입니다만, 날개 끝은 초속 65~70m의 속도로 돌아갑니다. 시속 200㎞가 넘지요. 이 근방은 압력이 떨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캘거리대학 연구에 따르면 회전날개 인근에는 엄청난 음압이 발생하며, 이 압력차를 모르고 접근하는 박쥐의 폐가 터져 죽는 것이죠. 정도야 매우 다르겠지만, 터널 안에서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나아가 루마니아와 독일 연구에 따르면 흑해 연안의 한 풍력 발전소에서 4년 동안 2,394마리의 박쥐가 죽었지요. 즉, 1년간 풍력발전기당 30마리의 박쥐와 1㎽당 14.2마리의 박쥐가 죽은 셈이었습니다. 나아가 털 시료를 이용한 안정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박쥐의 90%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 먼 지역에서 온 것으로 밝혀냈습니다. 박쥐 이동 경로의 풍력발전단지는 다양한 국가의 박쥐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세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막고자 여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스탠드형 선풍기 방식보다는 팽이처럼 도는 타워형 선풍기 방식의 터빈도 개량되고 있습니다. 풍력발전기 주변에 곤충이 몰려드는 것을 막으면 박쥐의 희생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영국 러프버러대학 연구팀의 색상 연구도 있었지요. 다른 색상에 비해 보라색에는 곤충이 모여드는 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박쥐 이동률이 높은 여름철에는, 터빈의 시동 풍속을 초당 6.5m로 늘렸더니 치사율이 78%나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동 시기에는 풍력발전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의지였죠. 바람 때문에 죽게 된 박쥐, 지속가능과 자연보전이라는 시소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몫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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