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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에 어깃장 놓는 북한 “대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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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에 어깃장 놓는 북한 “대화 안 해”

입력
2020.07.07 17:38
수정
2020.07.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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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대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한국과 미국에 발신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방한 보따리’를 풀기도 전에 찬물부터 끼얹었다. 북미 대화 중재를 조심스레 시도하는 남측엔 ‘참견 말라’며 핀잔을 줬다. 올해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 시간표에 맞춘 실속 없는 이벤트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이벤트 거리 말고 실속을 내놓으라'는 이중적 표현이기도 하다. 


北 "미국과 마주 앉을 일 없다" 일축?

비건 대표는 7일 오후 경기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의 한국 방문이다. 

2박 3일 일정을 준비한 비건 대표는 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다. 이어 조세영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차례로 만나 방위비 문제를 비롯한 현안과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가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서훈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날 가능성도 크다. '실세 장관'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전격 회동할 것이란 관측도 오르내렸으나,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비건 대표 방한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건 대표의 한국 도착 9시간30분 전인 7일 오전 6시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미국과 다시 마주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공개했다. 이달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에 이어 3일 만에 권 국장 담화를 내며 ‘북미 대화 거부’ 의사를 다시 한 번 발신했다. 

권 국장은 “어떤 인간들은 최 부상의 담화가 ‘미국이 행동하라는 메시지’나 ‘좀 더 양보하라는 일종의 요구’라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는다”고 비꼬았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먼저 띄운 남측을 향해선 ‘오지랖’ ‘삐치개질’(참견) ‘잠꼬대’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남측이 섣불리 나서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래도 여지 남긴 北... 비건 ‘방한 보따리’ 지켜볼 듯

 

북한이 노골적인 대화 거부 메시지를 내놓는데도 북미 대화 추진 가능성이 꺼지지 않는 건 남ㆍ북ㆍ미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전까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사실상 유일한 정권의 치적 후보로 꼽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마음이 급하다. 북한 역시 북핵 관련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으로 쌓인 체제 내부 불만을 서둘러 해소해야 하는 처지다.  

북한의 강경 발언이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대하는 특유의 이중 플레이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을 이끈 대미 협상 대표를 최근 이례적으로 연달아 등판 시키고 있다”며 “현 시점의 북미 대화 진정성을 의심하면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8, 9일 풀어 놓을 메시지가 북한의 행동을 좌우할 것이다. 다만 미국 국무부가 비건 대표 방한 직전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대북 기조 유지 방침을 밝힌 것이 변수다. 그가 준비한 선물 보따리가 파격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의 공세적 태도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어렵게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담대한 협상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정상 회담이든 실무 회담이든 대화 재개는 당분간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지현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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