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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명 보호 못 하는 대한체육회, 존재 이유 있나

입력
2020.07.0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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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지속적인 폭행 피해를 호소하며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가 속했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단 내 반인권적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연이은 체육계의 (성)폭력 피해 사건으로 제도 개선을 약속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비극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6일 최 선수 옛 동료들의 국회 증언은 고인이 얼마나 극단적 상황에 몰려 있었는지를 방증한다. 이들은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경주시청팀에 당연시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감독은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했으며 팀에 영향력이 막강한 특정 선수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선수를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 ‘죽을 거면 혼자 죽어라’고 협박까지 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 최 선수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팀 닥터’는 대학교수를 자처하며 치료를 이유로 여자 선수들의 가슴과 허벅지 등을 만지는 등 성추행 의혹 증언도 나왔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스무 살을 갓 넘은 꽃다운 나이의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이를 방기한 책임은 고인의 호소를 묵살한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대한철인3종협회 등 여러 기관에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체육계의 대표인 대한체육회에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해 심석희 선수의 미투 사건 당시 가해자 조재범 코치에 유리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최 선수의 피해 신고를 받고도 두 달 넘게 외면한 건 선수 인권 보호보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신경을 써온 대한체육회의 분위기 탓이 아닌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시민단체들도 인권침해 대응시스템 강화, 엘리트체육 개선 같은 요구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시종일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데는 이 회장이 정점에 있다고 판단한다. 이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규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다짐이 일순간의 비난을 모면하려는 면피성 발언이 되지 않으려면 직을 걸고 선수 인권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진심 어린 자성이 있어야 한다. 선수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대한체육회는 더는 존재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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