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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회창

입력
2020.07.06 18:00
수정
2020.07.07 13:3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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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대망론’ 나오는 윤 총장, 이회창 길 가나
권력 저항 유사하나 명분ㆍ정치력 약해
검찰 조직 생각한다면 입장 분명히 하길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들이 2020년 새해를 맞아 지난 1월 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들이 2020년 새해를 맞아 지난 1월 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


‘윤석열 대망론’이 고개를 들면서 과거 보수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살아 있는 권력에 저항해 얻은 대중적 지지를 동력으로 대권에 도전했던 이회창의 길을 윤 검찰총장도 걷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다. 법조인 출신인 두 사람의 기질과 권력 편입 후의 세 형성 과정 등을 보면 닮은 구석이 많긴 하다.

법관 시절 이회창의 ‘대쪽 이미지’를 높이 사 문민정부 첫 감사원장에 앉힌 것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당시 인사검증팀에서는 ‘일체의 공직을 맡겨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는 보고서를 올렸다. 앞서 중앙선관위원장 재직 때 ‘법대로’를 외치며 노태우 대통령에게 대들었던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치며 권한을 키워나간 이회창으로 골머리를 앓던 YS는 결국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 압력에 굴하지 않아 ‘대쪽 검사’ 이미지를 얻은 윤 총장을 눈여겨본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할 때 앞날을 걱정한 참모들이 적지 않았다.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칼이 언젠가 권력의 심장을 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머잖아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 문 대통령의 심정은 이회창과 결별하던 YS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중적 인기를 얻는 과정도 유사하다. 이회창은 감사원장에 취임하자 “성역은 없다”며 정권 핵심을 겨눴고, 총리가 된 뒤에는 ‘실세 내각론’을 주장하며 헌법상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적극 행사하려 했다. 윤 총장이 박근혜ㆍ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것처럼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것도 권력 비리 척결이라는 원칙론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나타난 ‘전체 3위, 야권 1위’ 기록은 ‘핍박받는 윤석열’에 대한 팬덤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꿈틀거리는 사람’ ‘튀어나오라’고 한 말이 윤 총장을 염두에 뒀는지는 모르겠으나 대권 도전에 가장 중요한 건 ‘권력 의지’다. 세 번의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의 권력 의지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윤석열은 이 부분에서 견해가 갈린다. 국정감사장에서 “정무 감각이 없다”고 한 말을 들어 권력 의지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지만 분위기와 판만 조성되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적잖다.

윤 총장의 권력 의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뒤 정치인들과의 저녁 자리가 늘었다는 데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 자리를 함께한 인사는 “언젠가 정계에 진출하겠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특수통 검사 출신에게 정무 감각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했다. 윤 총장이 지난 1월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2위에 오르자 해당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이름을 빼달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조사에선 그런 부탁이 없는 것에 정치적 의도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좋든 싫든 윤 총장은 이미 현실 정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정작 윤 총장의 문제는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다양한 국정 경험과 당 대표를 지내며 정치력을 쌓아 올린 이회창과는 판이하다. 윤 총장이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선거가 불과 1년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제라도 결심해야 하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자신의 측근 검사장을 감싸려다 정권과 충돌해 뛰쳐나가는 것은 정계 진출의 명분으로 삼기에는 모양새가 우습다. 정권의 박해에 못 이겨 마지못해 그만두는 최적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지 모른다.  

윤 총장이 끊임없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은 검찰로서는 최악이다. 검찰 내부의 혼란은 극심해지고 ‘정치 검찰’ 딱지도 뗄 길이 없다. 윤 총장이 진정 검찰주의자를 자처한다면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만신창이가 된 검찰의 몰골이 보인다면 말이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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