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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 물려 사망한 80대 할머니…해외선 개물림 사고 어떻게 대처하나

입력
2020.07.07 08:30
수정
2020.07.07 14:10
0 0

해외 일부 지역선 무는 개 소유자에 대해 엄중한 처벌
동물보호감시관,? '사나운 개' 관리, 단속으로 사고 줄여


최근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배우 김민교씨가 기르던 반려견에 물린 80대 할머니가 결국 숨을 거두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 배우 최시원씨 가족이 기르던 반려견에 물린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늘면서 그만큼 관련 사고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에 물리거나 관련 안전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2014년 1,889건에서 2018년 2,368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565건에 달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김민교씨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만일 할머니가 반려견에게 물려서 숨졌다는 결론이 나오면 김씨에게 형법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맹견 소유자가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사람이 죽으면 견주를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요. 김씨의 반려견은 벨지안쉽도그로 정부가 정한 맹견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동물보호법 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등으로 외출 시 목줄은 물론 입마개까지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요.

하지만 김씨의 반려견을 비롯해 앞서 최씨 가족이 기르던 반려견도 프렌치불도그로 맹견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전국 모든 개를 맹견으로 지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미국에선 매년 개물림사고 470만건

핏불테리어 종이라고 해서 모두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공격성이 있거나 위험한 개의 경우 견종이 아니라 개의 특성에 맞게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핏불테리어 종이라고 해서 모두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공격성이 있거나 위험한 개의 경우 견종이 아니라 개의 특성에 맞게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우리나라가 유독 개물림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려견을 많이 기르는 해외의 경우에는 개물림 사고가 더 빈번한데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470만건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해 해외의 경우에는 기르는 개가 사람을 공격한 경우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개 물림 법’(Dog bite law)을 제정하고 있는데요. 목줄 없이 다니다 피해를 일으킨 개의 주인에게 처벌을 내리는 등 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일부 주에서는 사고를 일으킨 개에게 안락사를 선고한 사례도 있고요.

북미에서 가장 효과적인 동물관리시스템을 가진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캐나다 캘거리는 2006년 개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규정을 담은 ‘책임 있는 반려동물인식 조례(Responsible Pet Ownership Bylaw)’를 제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개가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거나 다른 개를 죽였을 경우, 개의 주인은 재판을 받고 1만달러(약 1,200만원) 이상의 벌금이나 실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물었던 개라고 해서 곧바로 격리시키거나 안락사를 하는 건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전문가 평가를 통해 개를 ‘사나운 개(vicious dog)’로 등록하게 할 것인지, 안락사 할 것인지 등 동물의 처리방법을 결정하는데요. 이 때 반려견의 기질(공격성) 평가를 하게 되는데 개의 성향뿐 아니라 사육환경과 주인이 개를 기르는 방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합니다.

더욱이 전문가들이 이를 토대로 안락사 여부를 평가를 하지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하고요. 버지니아, 뉴저지, 루이지애나주는 안락사 대상에 오른 모든 사나운 개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평소에도 동물보호감시관이 공격성이 있는 개를 관리, 단속한다”고 말합니다. 사나운 개로 지정되면 철저한 관리는 물론이고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 보상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시키거나 행동교정 훈련을 이수하게 한다는 겁니다. 즉, 사나운 개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실시하되, 동물을 통제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도적인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국내서도 반려견 기질평가 준비 중이라는데

미국에서는 플라스틱 손 모형으로 개 밥그릇을 뺏는 방식으로 공격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하지만 개들의 생사 여부를 결정지을 만큼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centerforshelterdogs.tufts.edu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는 플라스틱 손 모형으로 개 밥그릇을 뺏는 방식으로 공격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하지만 개들의 생사 여부를 결정지을 만큼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centerforshelterdogs.tufts.edu 홈페이지 캡처

농림축산식품부가 1월 발표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2년부터는 개의 공격성을 평가해 행동 교정 또는 안락사 명령 등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100% 확실한 기질평가를 개발하는 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제 이를 먼저 이용했던 해외에서도 이러한 테스트가 개의 공격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테스트를 하고 생사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근거였습니다. 이들은 공격성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는 건 필요하지만 안락사가 목적이 아니라 행동교정 등을 하게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개의 성향뿐 아니라 사육환경과 방법 등을 고려해 복종훈련을 받게 하는 등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죠.

기질평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 논의되어야 할 부분은 보호자가 개를 제대로 기를 수 있도록 평소에도 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국내에는 현재 맹견이 몇 마리인지, 어떻게 길러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통계 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이형주 대표는 “개의 공격성이 하루 아침에 나오지는 않는다”며 “작은 사고부터 발생할 텐데 해외에선 전담 공무원이 이를 확인하고 관리, 단속을 통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평소에 반려인들을 확인하고 관리, 단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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