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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인 7만 돼지 막창… 휴직 직원 SNS 아이디어로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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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인 7만 돼지 막창… 휴직 직원 SNS 아이디어로 '기사회생'

입력
2020.07.06 15:30
수정
2020.07.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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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광진막창 이병환 대표 "직원들 자발적 휴직에 감동...용기내"?인터넷 판로 개척하며 공장 재가동...휴직 직원도 모두 복귀

이병환 광진막창 대표가 대구 서구 회사 냉동고에서 막창을 옮기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이병환 광진막창 대표가 대구 서구 회사 냉동고에서 막창을 옮기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던 3월 초 대구 서구  막창 가공업체인 광진막창 사장실에 여직원 6명이 들어와 휴직계를 내밀었다. "미안해서 회사 못 나오겠다"는 이들은 직원 12명의 절반이나 됐다. 

2월18일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신천지교회에서 대규모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대구의 음식점이 철퇴를 맞자 광진막창의 매출도 하루 1,0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곤두박질쳤고, 돼지 7만마리 분량의 막창 25톤이 재고창고에 쌓였다. 한 달 인건비와 금융비용만 4,000만원이 넘는 형편이어서 부도 위기에 내몰리던 때였다.

자발적으로 휴직한 직원들은 그냥 집에서 쉰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창고에 쌓인 막창을 친척과 친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위에  팔기 시작했다. 주인의식이 따로 없었다. 3월 중순에는 입사 1년차인 배송기사가 사표를 들고 왔다. 오기가 생겨 도저히 사표를 받을 수 없었다. 이병환(44) 광진막창 대표는 "가장 힘들 때 직원들의 자발적 배려가 없었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살아남아 직원들을 다시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병환(왼쪽 4번째) 광진막창 대표가 직원들과 생막창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이병환(왼쪽 4번째) 광진막창 대표가 직원들과 생막창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그는 온라인 판매에 착안했다. 직원들의 SNS 홍보가 눈을 뜨게 했다. 식당 납품만 하던 그에게 온라인은 새로운 세계였다.  '국내산 막창 전국 최저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판매를 시작했다. 실제 가격도 낮았다. 반응이 피부로 느껴질 때까지 한 달이 걸렸다. 피를 말리는 시기였지만 호응은 재주문으로 이어졌다. 

재고는 4월 말 소진됐다. 쉬고 있던 직원들도 다시 불렀다. 이 대표는 "온라인에는 판매 수수료가 14%나 돼 순수익이 바닥이었지만  직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병환 광진막창 대표가 막창을 손질하다 국내산 막창 품질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이병환 광진막창 대표가 막창을 손질하다 국내산 막창 품질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지난달부터는 주문량이 늘어 신제품도 내놨다. 이젠 프랜차이즈업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회사가 손질한 막창과 양념을 받아 조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소자본 창업자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폐업까지 고심하던 회사가 새로운 사업까지 구상하게 된 것은 모두 직원들 덕분"이라는 이 대표는 "모두 코로나19로 막막한 상황이지만 서로 힘을 보태고 배려하면 충분히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활짝 웃는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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