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기억한 K푸드 선구자… 궁중음식 대가 황혜성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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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기억한 K푸드 선구자… 궁중음식 대가 황혜성 선생

입력
2020.07.07 07:30
수정
2020.07.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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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두들에 등장한 황혜성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조선 궁중요리 맥 이은 인물… 배출한 제자만 5000명

구글이 지난 5일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고 황혜성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홈페이지 메인 화면 구글 두들을 황 선생으로 바꾼 모습. 구글 홈페이지 캡처

'구글이 메인 화면에 중국인을?… 아니네, 한국인이네!"

5일 일시적으로 바뀐 구글 홈페이지 로고를 두고 누리꾼들은 커뮤니티 곳곳에서 신기하다는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구글이 이날 '구글 두들'로 한 한국인의 업적을 기렸기 때문이죠. 구글은 특정 기념일이나 행사ㆍ업적ㆍ인물을 기리기 위해 홈페이지 가운데 화면에 띄우는 구글 로고를 일시적으로 바꿉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조선궁중음식 명예기능보유자' 고(故) 황혜성(1920~2006) 선생님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한복 저고리를 입고 쪽진 머리를 한 여성은 책을 보며 궁중요리를 떠올리는 모습입니다. 바로 황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에 맞춰 구글 두들이 바뀐 겁니다. 황 선생은 제2대 명예기능보유자로, 조선시대 궁중음식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로 등재하고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선 인물입니다. K팝과 함께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K푸드의 선구자로 볼 수 있습니다.   


궁중요리 문외한이던 황혜성… '마지막 상궁'에게 귀동냥만 10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고 황혜성 선생. 한국일보 자료사진 


192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황 선생이 궁중요리의 산증인이 된 건 우연히 찾아온 기회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궁중요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황 선생은 일본 지쿠시여학교와 교토여자전문학교 가사과에서 일본 음식과 서구식 영양학을 배웠습니다. 궁중요리를 접해 본 기회가 없었던 거죠. 

황 선생이 궁중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건 1942년 22세부터입니다. 숙명여자전문 동오교 가사과 조교수로 첫 출근한 날, 교장의 지시로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황 선생은 1999년 팔순 일생을 회고한 글에서 "정작 집안에서 음식을 배울 새도 없었고, 우리 음식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숙전에 출근한 첫날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조선요리를 가르치시지요'라는 권유를 받아서였다. 당황하고 앞이 막막했지만 나는 배워야 조선요리를 가르칠 수 있었다"며 당시 심정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황선생은 마지막 주방상궁이자 제1대 기능보유자인 고 한희순씨로부터 30년 동안 궁중요리를 배웠습니다. 한 상궁은 대한제국 고종과 순종을 모신 궁중 나인 4명 중 가장 고참인 상궁이었습니다. 당시 엘리트 신여성이 상궁에게 배움을 전수받는 게 격이 맞지 않다며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황 선생은 한 상궁의 마음을 어렵게 얻었다고 기록했는데요. 한 상궁이 요리하는 걸 뒤에 가만히 서서 지켜본 세월만 자그마치 10년이라고 합니다. 그때 음식도 겨우 맛보게 해줬다고 합니다. 황 선생은 팔순 회고록에 "궁인들은 나를 바깥사람이라며 견제하고 눈길도 주지 않아 서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그만 둘 수도 없어 눈동냥, 귀동냥으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궁중말을 되묻지도 못하고 기록부터 했다"고 적었습니다. 

황 선생의 궁중요리 습득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숙명여전에서 받은 월급을 털어가며 음식을 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도중 조리법을 기록한 공책을 잃어버렸는데, 이후 정릉 이승만 대통령 별장에서 마지막 왕비인 순종황후 윤비를 모시던 한상궁을 찾아내 배움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요리 제자만 5000명 넘게 배출… 궁중요리 조리법 대중에 알려 

궁중음식연구원이 1995년 11월 개최한 '조선왕조 궁중음식 발표회' 에서 차린 수라상 모습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3년 스승인 한 상궁을 이어 제2대 기능보유자가 된 황 선생은 궁중요리 대중화에도 일생을 쏟았습니다. 궁중음식 계량화는 물론 조리법을 정리해 대중에게 보급한 게 황 선생이었습니다. 1971년 한 상궁이 별세하기 전 궁중음식전수기관인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을 설립해 제자 양성에 힘 썼습니다. 연구원과 숙명여대, 서울대 등을 통해 5,000여명의 요리 제자를 배출해 냈다고 합니다. 구술로 전해져 온 궁중요리 방식을 기록한 '이조궁정요리통고'와 '생활요리', '열두 첩 수라상으로 차린 세월' 등 다양한 저서 활동을 통해 전통식문화 계승ㆍ발전에 헌신했습니다. 

황 선생은 한식 세계화에도 앞장섰습니다. 1991년 3월 서울 종로에 궁중음식 전문점 '지화자'를 차렸는데요. 이곳은 외국인들이 전통 궁중요리를 맛보기 위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0년 10월에는 서울 압구정동에 전통떡집 '지화자'를 내며 한국식 디저트 문화 확산에도 노력했습니다. 황 선생은 지난 2006년 12월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황혜성 기념관 세워 어머니 업적 알릴 것"… 전통음식 대중화 힘 쓰는 세 딸 

궁중요리 무형문화재인 황혜성씨의 둘째딸 한복선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 딸을 비롯해 황 선생의 가족들 모두 관련 분야에서 일하며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황 선생은 세 딸에게 궁중음식을 가르쳐 같은 길을 걷게 했습니다. 큰딸인 한복려씨는 2004년 어머니의 뒤를 이어 제3대 기능보유자가 됐습니다. 궁중음식연구원장을 맡아 궁중음식 세계화에 일생을 바치고 있기도 하죠. 복려씨는 2004년 국민 드라마로 불렸던 '대장금'에서 여러 궁중 음식을 재연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복려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 고향인 충남에서 '황혜성 기념관'을 세워 어머니의 업적을 남기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인 둘째 딸 복선씨도 요리연구가로 잘 알려져 있고, 셋째 딸 복진씨는 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을 지내는 등 전통문화음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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