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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수확하는 아이들

입력
2020.07.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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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콜릿의 날(7.7)

카카오 수확물을 이고 산길을 오르는 코트디부아르의 아이들. 유니세프 사진.?

카카오 수확물을 이고 산길을 오르는 코트디부아르의 아이들. 유니세프 사진.?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미국의 몇 인권단체는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USCBP)에 연대 탄원서를 냈다. 아동 노동으로 생산되지 않았다는 증빙 자료를 첨부하지 않은 아프리카 산 카카오의 수입 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연간 30억 달러어치가 넘는 카카오를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이 미국이고, 교역국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등은 세계 카카오의  3분의 2를 공급하는 최대 산지다. 그들 서아프리카 상아 해안 지역 카카오 농장들은 10대 전후 청소년들의 값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허시(Hershey)와 마스(Mars), 네슬레(Nestle) 등 거대 다국적 초콜릿 업체들은 그 관행을 20년 넘게 알면서도, '아동 노동을 근절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도, 대체로 묵인해 왔다.

 2019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지역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은 약 200만명. 그들은 주당 9달러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수확과 농약 살포 등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노예처럼 납치되거나 인신매매로 끌려온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추정했다.  

초콜릿은 단일 아이템으론 가장 많은 ‘기념일’들에 얽혀 있는 제품이다. 신대륙의 특수 작물 카카오가 유럽에 처음 소개됐다는 1550년 7월 7일에 착안, 초콜릿 업계는 7월 7일을 ‘세계 초콜릿의 날’로 기념한다. 허시 초콜릿의 창업자 밀턴 허시의 생일(9월 13일)은 미국인들이 ‘내셔널 초콜릿 데이’라 부르는 날이다. 코트디부아르에 이어 세계 2위 코코아 수출국인 가나는 서양인들의 밸런타인데이인 2월 14일을 초콜릿의 날로 기념한다. 화이트 초콜릿 데이, 다크 초콜릿 데이, 밀크 초콜릿 데이가 따로 있고, 심지어 ‘초콜릿 코팅 과자의 날(Chocolate Covered Anything Day, 12월 16일)’도 있다.

초콜릿으로 기업들은 큰돈을 벌고, 연인들은 사랑을 고백하고, 직장인들은 오후의 피로와 허기를 던다. 카카오가 지닌 플라바놀(폴피페놀의 일종인 항산화물질) 등 화학물질은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추고 이뇨작용과 근육 이완, 심장 박동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카카오 외에 초콜릿에 첨가되는 카카오 버터와 설탕, 바닐라 등은 맛과 향을 위한 것이지만, 아이들의 짠 땀내를 가리기 위한 윤리적 '데오드란트'이기도 할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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