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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입

입력
2020.07.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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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의원이 지난달 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위원회 활동보고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분투의 기록”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의원이 지난달 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위원회 활동보고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분투의 기록”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걸어온 길을 압축하면 ‘기득권’일 것이다. 전남 명문인 광주(제)일고에, 국내 최고 학부인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이후엔 유력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를 시작한 이후로도 탄탄대로였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전남 함평ㆍ영광을 지역구로 출마한 이래,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5선 고지에 오르기까지 낙선한 적이 없다. 중간엔 지방선거에 도전해 전남지사도 지냈다. 성별 계급 또한 남성이다.

□ 새삼 배경을 뜯어보는 건, 그의 여러 발언이 실망스러워서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강연을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순간이며, 남자들은 그걸 경험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안 든다”고 말했다. ‘이낙연의 학설’이라고 했다. 유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나 보다. 슬프게도 그의 말에서 드러난 건, 자고로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가부장적 고정관념, 엄마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 여성에 대한 배제의 시선, 엄마가 될 수 없는 여성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은 무심함이다. 싸잡아 의문의 1패를 당한 남성들은 말해 무엇할까.

□ 두 달 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는 고압적이고 무신경한 태도에 놀랐다. 대책을 촉구하는 유가족에게 “현직에 없어 책임 있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하더니, “나는 국회의원이 아니다”라고도 답했다. 당선자 신분이라는 뜻이지만, 그런 냉정한 논리가 필요한 자리였을까. 격앙된 유족이 “그럼 가시라”고 하자, “가겠다”라며 돌아선 뒷모습에서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따뜻한 심장은 느껴지지 않는다.

□ 정치인의 말은 곧 그의 철학과 신념을 비추는 창이다. 정책으로 구현될 가능성도 높다.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그의 생각은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의 가늠자가 될 테다. 정치인의 언행을 유권자가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건 그래서다. 심지어 이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인물 아닌가. 이 의원은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기자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대한 영도자’라고 추어올린 칼럼을 두고 거듭 “부끄럽다”고 반성한 적이 있다. 역사 의식은 공부로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소수자를 향한 연대의 마음은 학습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 이낙연이 걱정되는 이유다.

김지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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