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임대료 더 낮춰달라… 안 되면 문 닫을 수밖에”
다음달 인천국제공항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연장 영업 여부를 놓고 공항 측과 협상에 나섰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철수설’에 대해 두 면세점은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임대료 인하를 연장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의 3구역(주류·담배), 신라면세점은 2구역(향수·화장품), 4구역(주류·담배), 6구역(패션·기타) 사업권이 8월 만료된다. 이에 인천공항은 두 면세점에 9월 이후에도 계속 영업해줄 것을 요청했고, 롯데와 신라 측은 임대료를 낮춰줘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면세사업권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임대료 수준을 놓고 인천공항과 면세점이 ‘밀당’을 하는 상황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문을 열어놓는 게 오히려 손해가 돼버린 면세점으로선 언제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할지 모르는 마당에 임대료를 낮추지 않으면 굳이 영업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
당초 인천공항은 9월부터 3, 4, 7구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할 신규 사업자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신라와 롯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지난 3월 선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로 롯데와 신라가 우선협상 권리를 포기했다. 인천공항은 재입찰로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는 대신 기존 운영사인 롯데와 신라에 연장 영업을 제안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기존에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해온 7구역에서 예정대로 9월부터 신규 영업을 시작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임대료를 포함해) 운영 관련 세부 내용은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로 매월 각각 약 120억원, 240억원을 납부해왔다. 코로나19 때문에 6~8월 임대료는 50% 감면되고 있지만, 매출이 바닥을 친 면세점으로선 이를 반영해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인천공항 측이 연장 영업의 임대료에 대해선 매월 일정액을 받는 고정식이 아니라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받는 매출 연동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면세점들에 품목별로 매출의 8~35%(영업요율)를 월 임대료로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비용마저 마이너스가 심한 상태다”라며 “최소한의 인건비라도 확보하기 위해 영업요율을 좀 더 낮춰줄 것을 인천공항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면세점들은 영업요율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 매장 문을 닫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 쇼핑도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인천공항 매장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불리한 조건으로 영업을 꼭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역시 인천공항 사업권 만료를 앞둔 중견 면세점인 SM면세점은 연장 영업을 포기하고 1터미널 매장을 8월 말 철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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