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통계를 바로잡는 것이라면 '역사수정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죠."
지난달 25일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방문했을 때 군함도(일본명 하시마탄광)가 전시된 구역에서 가토 고코(加藤康子) 센터장이 말했다. 정보센터의 역사 왜곡을 비판한 한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여주더니 '1943~1945년 군함도에서 조선인 122명이 사망했다', '역사수정주의 조장이란 비판을 부를 수 있다'는 내용을 지적하면서다.
그는 해당 시기에 갱내 사고 등으로 사망한 조선인은 14명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여러 통계를 참고했다"면서도 출처를 밝히거나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사망자 122명에 대해 부연하자면, 일본 시민단체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에서 1925~1945년 화장인허증 및 재해보고서 등 공문서를 통해 군함도에서 사망한 조선인의 신원을 확인한 것이다. 시기상의 일부 착오가 있다고 해서 가혹한 조건에 처했던 조선인 노동자가 존재한 사실 자체가 바뀔 수는 없다.
숫자의 정오(正誤)를 따지면서 본질을 흐리는 주장은 낯설지 않다. 자국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데 불리하다면 널리 정착된 사실(史實)조차 자의적으로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한국 시민단체가 자주 인용하는 '위안부 20만명'이 부정확하다며 강제연행 사실조차 부정하려는 우익의 시도와 판박이다. 이는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검증한다며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발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역사수정주의로 수렴된다.
한국이 지적하는 건 일본 측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공언한 약속을 이행했는지 여부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일절 없었다"는 섬 주민의 증언들만 모아놓은 것은 '1940년대 조선인 등이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노역한 사실을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약속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유네스코의 권고는 '어두운 역사'를 포함해 모든 역사를 다루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어두운 역사'만 쏙 걷어내 아베 정부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선전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조차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을 선전하는 빌미로 둔갑시킨 작태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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