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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10㎏이 금 한 돈 값 넘어… 파푸아의 슬픈 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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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10㎏이 금 한 돈 값 넘어… 파푸아의 슬픈 금광

입력
2020.07.06 13:15
수정
2020.07.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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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오지 중의 오지 파푸아에서도 오지 코로와이, 생필품 가격 자카르타의 20배
"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슬프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캐 낸 금. 콤파스 캡처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캐 낸 금. 콤파스 캡처


인도네시아 최동단 파푸아 일부 지역의 생필품 가격이 수도 자카르타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고립되고 개발이 안된 탓인데 이들은 애써 채굴한 금으로 비싼 값에 생필품을 사고 있다.

6일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토 동쪽 끝 뉴기니섬의 파푸아주(州)에서도 동쪽 끝에 있는 프구눙안 빈탕 지역의 오지 마을 코로와이 주민들은 쌀 10㎏을 사기 위해 저가 휴대폰 한 대 값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코로와이 지역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밀림 속 오지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코로와이 마을 풍경. 안타라통신 캡처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코로와이 마을 풍경. 안타라통신 캡처


코로와이에서 쌀 10㎏은 2백만루피아(약 17만원) 이상이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쌀 10㎏가격이 11만루피아(9,000여원)인 걸 감안하면 20배에 육박한다. 이는 저가 휴대폰 가격과 비슷하다. 지역 주민은 "10㎏의 쌀을 사기 위해 4g의 금을 낸다"라며 "현금으로 살 때는 200만루피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  10㎏ 가격이 우리에서 표시하는 금 한 돈(3.75g)보다 훨씬 비싼 셈이다. 이날 기준 우리나라 금 1돈 가격은 25만원이 넘는다.

쌀만 그런 게 아니다. 40개들이 라면(인도미) 한 상자는 금 2g을 주거나, 현금 100만루피아(약 9만원)를 줘야 살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 인도미 한 개 가격이 2,000~2,500루피아인 걸 감안하면 10배 이상 비싸다. 심지어 "담배는 금 1g, 우유는 큰 통에 금 1g, 휴대폰은 금 10~25g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 얘기다.

다섯 개 지역으로 둘러싸인 코로와이 지역은 인도네시아의 오지 중에 오지인 파푸아에서도 오지다. 지도에도 없으니 접근 자체가 어렵다. 보벤디굴에서 헬기를 타면 1시간이면 닿지만 변변한 공항이 있는 동남쪽 머라우케에서 보벤디굴까지는 차로 9시간 넘게 울퉁불퉁 진흙 도로를 달려야 한다. 이어 보벤디굴에서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하루 정도 간 뒤 다시 이틀간 도보로 밀림을 헤치고 가야 코로와이에 닿는다. 그만큼 운송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의 보벤디굴. 이곳에서 보트로 하루, 도보로 이틀을 가야 코로와이 마을에 닿는다. 보벤디굴=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의 보벤디굴. 이곳에서 보트로 하루, 도보로 이틀을 가야 코로와이 마을에 닿는다. 보벤디굴=고찬유 특파원


코로와이 지역은 원주민인 코로와이 부족들이 오래 전부터 전통 방식으로 금을 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광은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처럼 오지 지역에선 정부 차원에서 '원주민 광업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한 주민은 "정부는 수년간 코로와이에 아무 것도 건설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금을 준 것은 하나님"이라며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광산을 폐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를 더했다. "아직 많은 금을 가지고 있는데도 우리의 삶은 계속 뒤쳐지고 있다. 슬프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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