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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정책 의제 없이 '문화 전쟁'에만 골몰

입력
2020.07.06 2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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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동상 보존 이슈화에 총력전
공화, 트럼프 재선 정책 의제 없어 속앓이
트럼프, 11일 뉴햄프셔 대규모 유세 강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화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실질적인 재선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책 의제에 대한 비전은 없어 공화당마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운영보다는 정략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그의 어젠다가 무엇인지 몰라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ㆍ하원 선거운동 캠페인 메시지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원들은 세금이나 규제 문제 등을 두고 민주당과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이 선거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정적을 비난하는 트윗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재선시 최우선 의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장황한 얘기만 늘어놓다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는 쪽으로 화제를 옮겼다. 공화당 소속의 한 상원의원은 "선거에서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가 선거의 당락을 좌우한다"면서 "정책 의제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만회 전략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공화당 의원들은 경제ㆍ세금ㆍ규제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적 차별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념ㆍ역사 대결 프레임'에 몰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 4일 연 이틀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인종 차별 반대 시위를 '미국 역사를 말살하려는 좌파 문화혁명'으로 규정하며 시위 참가자들을 급진좌파ㆍ마르크스주의자ㆍ약탈자라고 비난했다. 보수층의 불안심리 자극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캠프 측은 편가르기 공세라고 비판받는 것 자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라고 여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시위대들이 노예제를 옹호한 적이 있는 역사적 인물의 동상 철거를 시도하는 데 대해 트럼프 캠프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 걸 싫어한다"면서 "역사기념물 보존은 통합적인 이슈여서 지지층에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조형물을 세울 '국립 정원'을 조성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이 '백인 정체성'에 기반을 둔 역사 대결 전략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왕에 문화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뉴햄프셔주(州) 포츠머스 국제공항에서 또 다시 대규모 유세를 갖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지난달 20일 처음 개최한 오클라호마주 털사 집회의 대실패를 만회하기 위함이다. 신규 확진자가 11일 연속 4만~5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지난 4월 대유행 당시를 능가하는 상황인데도 두 자릿수로 벌어진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지층 결집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캠프 측은 방역 대책이 사실상 전무했던 털사 유세와 달리 이번엔 참석자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나눠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마스크 착용 거부를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들어 대규모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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