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0을 번호이동 조건으로 3만원에 팝니다."
최근 30대 직장인 김모씨가 고장 난 스마트폰 교체를 위해 인터넷 검색 도중,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 문구는 한눈에 들어왔다. 6개월간 9만원대 요금제 유지가 조건이었지만 고가의 갤럭시S20을 정가에 비해 5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란 단순 계산이 앞섰다. 하지만 이런 유쾌한 상상이 불쾌한 기분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다. 그는 “막상 해당 판매점에 가보니 상조 서비스 2개를 가입해야 한다는 점원 설명이 이어졌다”며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으면 9년 넘게 요금을 내야 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할 뻔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휴대폰 유통업계의 꼼수 마케팅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단 온라인상에서 그럴듯한 마케팅 수단으로 네티즌을 유혹한 이후, 실제 가입을 위해 방문한 오프라인 매장에선 추가 상품 가입 요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일부 이동통신 유통망에선 '갤럭시S20', '갤럭시노트10' 등 최신 스마트폰을 A 통신사로 옮기는 조건으로 10만원 이하에 판매됐다. 갤럭시S20과 갤럭시노트10의 출고가는 124만8,500원으로, 8만원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상 가능한 최대 공시지원금은 57만5,000원이다.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단말기 구입 가격은 67만3,500원인데, 해당 유통망에선 57만원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었다.
특히 해당 판매점에서 가입자들에게 요구한 상조 상품 가입 요구도 논란이다. 휴대폰 판매점에선 월 4만4,000원씩 110개월을 납부하는 상조 상품 2구좌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휴대폰 가격을 10만원 이상 더 깎아주고, 월 통신요금 8만원을 추가 할인해준다는 식이다. 하지만 해당 상품을 가입했던 한 이용자는 휴대폰 커뮤니티에 "중도 해지할 경우 납입금의 일부만 반환이 가능했고, 해지 자체도 까다로웠다"며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휴대폰 가입에 상조 상품까지 끼워 판매되는 이유는 통신사 및 상조사에서 해당 상품 판매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상조 상품 가입 유치시 1명당 인센티브 1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통신사에서 일선 판매점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삭감한 가운데 판매점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상조 상품 가입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100만원이 넘는 휴대폰 한 대 팔면 10만원은 남아야 인건비나 가게 월세 등이 운영된다"며 "이통사들이 코로나를 핑계로 올해 들어 최소 2만원까지 수수료를 깎아 타격이 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통신사 관계자는 "상조사와 제휴 상품으로 기본적으로는 통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구조"라며 "판매 수수료는 시기나 단말 유형에 따라 달리 책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사안의 불법성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4~8월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를 대상으로 과징금을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G 상용화와 휴대폰 신제품 출시가 맞물리면서 이통3사는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선 만큼 수백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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