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은 네이버·카카오 이상으로 우리 국민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지만, 국내 규제에 노출되는 정도나 방식은 동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같은 규제라면 '국내 기업이니까 먼저'가 아닌, 국내와 해외 플랫폼 기업에 똑같이 적용되면 좋겠습니다."(한성숙 네이버 대표)
국회 한가운데서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의 따끔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정부의 '디지털 뉴딜'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국내외 플랫폼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요구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등 국내 대표 디지털 기업 수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정부 관계자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 가야 할 산업계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혁신연구포럼은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카카오페이 공동대표 출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출신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 국내 최초 우주인 선발 심사위원이었던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국회 내 연구모임으로, 여야 의원 35명이 회원으로 합류해 이날 출범했다. 인공지능(AI)과 게임, 전자상거래, 웹툰, OTT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기 위한 국회 내 포럼이다.
이날 진행된 좌담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관련 내용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성숙 대표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 직원 원격근무를 겪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변화를 고민하게 됐다"며 "20년 전 정부 주도로 정보화사업을 추진할 때 지원받았던 벤처기업들이 현재의 인터넷 기업이 됐듯, 디지털 전환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지금은 일개 기업이 각각 대응하기 보다는 정부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민수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를 '초유의 경험'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리고 국민 모금을 도와줄 수는 있었지만, 더 나아가 악화돼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거나 AI·데이터를 활용해 미리 질병 확산을 파악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며 "기술적으로는 준비돼 있었지만, 이를 활용하려면 여러 규제에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정부 및 국회 주도로 완화해달라는 바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도 이 속도를 맞추지 못해 뒤처지는 소상공인들을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회적 책임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안성우 직방 대표도 규제 문제를 언급했다. 기존 오프라인 산업 대비 온라인 산업에 유난히 규제가 과하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는 "새롭게 산업이 성장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규제를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바일 산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산업 대비 우려가 더 많은 것 같다"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바일 시장 규모를 고려해 규제 정도를 조정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혁신연구포럼은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오는 12월까지 매달 세미나와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제는 데이터 3법부터 스타트업, 포스트 코로나, 금융 혁신, 게임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출범식 말미 "기업과 정부, 여당을 모두 경험해보면서 느끼는 점은, 정부가 내놓는 다양한 정책이 민간과 동떨어질 때가 많다는 것"이라며 "2015년 중국에서 리커창 총리가 '인터넷 플러스'를 표방한 직후 텐센트가 구체적인 방식을 내놓고 실행했듯,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민간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구조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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