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사건 수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국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카메라 기피증'이 뜻밖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 발동 다음날인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의는 '깜깜이'로 진행됐다. 무려 9시간이나 릴레이로 이어졌지만 회의 장면은커녕 참석자의 출입 장면이나 회의장 밖 분위기조차 국민들은 볼 수 없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청사 정문 현관 대신 관용차량을 탄 채로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입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장인 윤 총장 역시 취재진이 몰려 있는 현관을 피해 주차장으로 직행했다. 이날 윤 총장을 찍으면 그야말로 '특종 사진'이 됐다.
역대 검찰총장 중 가장 큰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한 윤 총장은 역설적이게도 사진이나 영상 취재가 가장 어려운 총장으로 꼽힌다. 역대 검찰총장 대다수가 외부 일정이 없는 한 거의 매일 대검찰청 지상 정문 현관을 통해 출퇴근을 하며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슈가 된 검찰 관련 현안에 대해 짧은 언급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는 모습은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언론 대응법이었다.
그에 반해 윤 총장은 조국 사태나 추 장관의 검찰 인사 등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는 상황에서도 출퇴근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때문에 사진기자와 영상기자들은 관용 차량에 탄 윤 총장을 포착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입구에 진을 쳐야 했다.
그래도 유일한 '포토존'은 존재했다. 검찰총장이 간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본관과 별관을 잇는 구름다리를 지날 때 멀리서나마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름다리마저 지난달 초 어두운 색깔의 반사 필름이 씌워졌고, 취재진이 윤 총장을 찍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대검찰청 측은 필름 부착에 대해 "여름철 기온 상승에 따른 냉방 전력 절약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윤 총장의 과거 행보로 미뤄볼 때 노출 빈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임기 초반 정부여당의 지지를 받을 때나, '조국 사태' 이후 검ㆍ청 갈등의 중심에 섰을 때에도 언론과의 '거리 두기'를 유지해 왔다. 화제의 중심에 설수록 이 같은 ‘로우 키’ 대응을 강화했는데, 추 장관의 검찰 인사로 검ㆍ청 갈등이 극에 달했던 올해 초엔 무려 2달간이나 언론에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정도였다. 정부여당이 추 장관을 앞세워 검찰 조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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