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확정되지 않아 증언거부권 충실히 행사 못해
증언 거부만 할 경우엔 '소명 기회 박탈' 부작용도
한 원장 측, 내달 중 '입법 미비' 헌법소원 낼 예정
“일반적으로 ‘피의자 겸 증인’은 통상의 증인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습니다. 검사를 건드리면 별건 수사나 기소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게 피의자 겸 증인의 심리입니다. 그런 위축된 상황에선 양심에 따른 임의성 있는(스스럼없는) 증언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은 피의자 겸 증인의 증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 원장의 주장은 ‘증인에겐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계된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보장되지만, 피의자 겸 증인의 경우엔 혐의가 확정되지 않아 어떤 증언을 거부해야 할지 판단하는 게 힘들다’는 게 요지다.
한 원장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 교수의 자녀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지난해 9월 검찰 조사를 받았다. 소환 조사 당시 “정 교수 딸과 관련된 2009년의 일은 공소시효가 끝났는데 왜 묻냐”고 반문하자 검찰은 “허위공문서 행사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만 에둘러 답했다는 게 한 원장 측의 주장이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증언거부권을 주장했을 때, 한 원장은 비로소 자신이 정 교수 딸과 관련해선 기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이 법정에서 “본 법정에서 질문할 부분은 형사입건돼 있지 않다. 공소시효가 지나서 한 원장의 피의사실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이에 대해 “법학자의 사정도 이러한데, 일반인인 피의자 겸 증인들은 더욱 법률적 판단을 하기 힘들고 스스로 유죄의 증거를 남길 수도 있다는 부담까지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원장 측은 이런 문제 의식에 따라 다음달 중 “피의자 겸 증인도 법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현재로선 증인이 △13세 미만이거나 심신미약일 경우 △성범죄 피해자 등일 경우에 한해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을 허가하고 있다. 한 원장 측은 “피의자 겸 증인의 딜레마는 실무적으로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인데도 학계에는 관련 논문이 단 한 편도 없다”며 이번 사건이 최소한 공론화의 계기라도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