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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승리에 온순했던 삼성을 바꾼 오승환ㆍ허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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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승리에 온순했던 삼성을 바꾼 오승환ㆍ허삼영

입력
2020.07.06 07: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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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단. 연합뉴스

삼성 선수단. 연합뉴스

“6위 하려고 야구 하는 거 아니다. 앞으로 팀이 더 좋아질 것이다.”

삼성 오승환이 지난달 26일 KBO리그 통산 280세이브 달성 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지금의 위치보다 더 올라가려는 욕망과 승리에 대한 갈망이 솔직하게 느껴졌다. 최근 몇 년간 들었던 선수들의 인터뷰 중 가장 강력한 울림이었다.

38세 팀 중심 베테랑 선수의 한마디는 온순했던 팀을 자극했다. 힘이 있었다. 삼성은 4일 현재 5연승 포함 29승25패, 팀 승률 5할 기준 승패 마진 +4까지 벌려놨다.

2020시즌 삼성의 야구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김상수와 이원석 단 2명일 정도로 주인공이 없다. 그런데 모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없어 불안하지만 반대로 주인공이 없으니 흔들림이 크지 않다. 중심이 되는 주인공에게만 기대는 야구는 사실 그 선수에 의해 팀의 흔들림이 크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특별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각 팀은 중심 선수 관리에 고민이 크고 그 여파에 따른 결과도 순위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올해 삼성의 야구는 특별한 시즌에 특화돼있는 듯하다.

준비가 잘됐다. 허삼영 감독은 신임 감독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걷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운이라면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정도였다. 특별한 주연이 없으니 모두를 주연 같은 조연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와 시도는 무모하다 싶을 만큼 색깔이 분명했다.

멀티 포지션 강조와 작전 야구가 바로 그 중에 하나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멀티 포지션, 작전 야구는 기존 선수들만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옭아맸다. 사실 예전과 다른 야구에 선수들이 당황했고, 팀의 방향과 다르게 겉도는 혼돈의 시기도 있었다. 기존 주전급 선수의 흔들림이 보였고 상황에 맞지 않고 그 흐름을 끊는 많은 견제사 등은 밖에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감독이 팀을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선 공평함을 가져야 한다. 모두에게 공평함은 감독이라는 자리로 거저 얻는 게 아니다. 끝없는 싸움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 그 싸움의 첫 상대는 바로 팀 선수들이다. 감독이 팀 선수를 이기고 공평함을 갖기 위해서는 게임을 이겨야 한다. 이 방법이 가장 강력하고 공평하다.

삼성은 이제 53경기를 치렀다. 팀 삼성은 이기고 있다. 허삼영 감독의 승리였다. 이제 선수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팀이 한 방향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은 의외로 단순 명료하다.

두려움을 벗은 감독은 스스로 중심을 잡는다. 이제 선수도 보인다. 게임도 보인다. 처음 생각이 틀렸다면 그 길을 수정한다. 그리고 변화를 준다. 시즌 전 5번 타순을 생각했던 김상수의 1번 타순 고정 기용도 그 맥락이다.

승리 맛을 알고,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건 삼성 야구의 힘이자 지켜보는 재미가 됐다. 그리고 오승환의 힘 있는 메시지, 허 감독의 분명한 색깔은 승리에 온순한 삼성을 매력 넘치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냈다. 지금 삼성은 강하다.

SBS스포츠 해설위원

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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