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라떼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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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라떼를 넘어서

입력
2020.07.05 22:00
수정
2020.07.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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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근로자 2,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이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책의 정당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문제의 핵심은 젊은 세대가 왜 분노하는 지를 기성세대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신들은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어려운 청년기를 극복했다는 자긍심을 내세우면서 안정적인 직장에만 집착하는 젊은이들을 무시한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모 종편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하트 시그널’을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이성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기성세대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소통방식과는 다르게 젊은 연인들의 솔직하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반면 모 지상파 드라마인 ‘꼰대 인턴’에서 영업팀장은 툭하면 ‘라떼는 말이야(나때는 말이야)’를 외치며, ‘자유롭게 얘기하라’ 라고 말해 놓고 의견을 제시하면 결국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꼰대’란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이다. 그러나 ‘아거’란 작가가 쓴 ‘꼰대의 발견’에 따르면 ‘꼰대’란 특정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한다고 했다. 즉, 꼰대란 젊은 세대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본인이 옳다고 믿는 생각을 강요하듯이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4,000년 전 바빌로니아 점토판 문자에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이 없어’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니 꼰대의 역사는 참으로 유구하다.

물론 기성세대의 경험담은 귀담아 듣는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라떼식 일장연설은 기피 대상이 될 뿐이다. 본인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누군가를 붙잡고 굳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는 이유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는 무의식적 동기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판사 출신의 작가 문유석의 작품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변하는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고 했다. 다른 식으로 해석한다면 세대차이란 다른 시대를 살았던 경험에 기인하지만 결국은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의미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시대에서 살았기 때문에 노력의 결실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세대와 두 번에 걸친 금융위기를 통한 학습효과를 통해 ‘직업 안정성’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된 세대 간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체감효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는 순수하지만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주위 사람들이 ‘너는 가치가 있는 사람’ 이라고 평가해 주기를 바라는 욕망을 ‘자존심’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질수록 꼰대가 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욕망일 뿐"이라고 했다.

일본의 화가 오카모토 따로(岡本太郎)는 "남에게 자부심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것은 남을 잣대 삼아 나를 판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남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높게 평가하는 것이 자존감 높은 사람의 특성이다. 따라서 꼰대 취급을 당하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해서 억지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소통 방식으로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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