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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나?

입력
2020.07.05 14: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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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
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클라호마 선거 유세. 트럼프 대통령 뒤로 비어 있는 2층 좌석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클라호마 선거 유세. 트럼프 대통령 뒤로 비어 있는 2층 좌석이 보인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듯 보인다. 섣부른 경제활동 재개 결정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고 있고,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불거진 흑인차별 이슈가 가라앉을 기미도 없다. 이에 3월 중순 이후 중단했던 대규모 유세를 다시 열어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려 했다. 또 11월 대선에 우편투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요구에 대해 단호한 거부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이 두 결정은 오히려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20일에 있었던 오클라호마 유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복귀를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로 기획되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했고, 수세에 몰린 공화당이 지지자들에게 전달할 다양한 메시지도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계획을 망쳐 버렸다. 

유세가 시작되기 전 캠페인 관계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고작 6,200명 정도의 관중만 나타났다. ‘조용한 다수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트럼프의 외침이 텅빈 좌석과 대비되면서, 세 과시는커녕 조롱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또 주가 상승, 실업률 하락, ‘폭도’들에 의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 훼손, 가짜 뉴스의 횡포, 코로나 치료제 개발 가능성 등등 다양한 메시지가 "검사를 너무 많이 해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 버렸다"는 어이없는 멘트에 묻혀 사라졌다.

진보적인 언론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59%도 오클라호마 유세는 대실패라고 평가했다. 다음번으로 계획되었던 앨라배마 유세는 잠정 보류되었다. 또 며칠 전에는 마이클 글랜스너 선거캠페인 운영담당 최고책임자가 사퇴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유세가 대성공이었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선거전략가들은 대통령 후보가 특정 지역을 방문해 유세를 하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정치학자들의 연구결과는 다르다. 필자와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홀브룩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선후보가 방문하면 지지율이 평균 0.5%포인트 미만으로 증가한다. 격전지는 더 낮아서 0.2%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데 그친다. 결과적으로 득표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오히려 상대 후보 지지세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버지니아대학 연구팀이 2016년 트럼프 당시 후보가 특정지역을 방문한 이후 선거자금 기부 내용의 변화를 살펴보았는데, 트럼프에게 기부한 금액은 5.5% 증가한 반면, 상대 후보인 클린턴에게 기부한 금액은 더 크게 7.0% 증가했다. 클린턴의 유세 이후에는 이러한 패턴을 찾을 수 없는데, 트럼프의 자극적인 언행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오클라호마 유세도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성공했더라도 반대 진영을 자극하는 기대하지 않은 역효과가 상당했을 것이다.

우편투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도 비슷하다. 우편투표는 등록된 유권자 모두에게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투표용지를 미리 우편으로 배부하고,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사전에 우편으로 보내거나 투표일에 직접 투표소에 제출하는 제도다. 서부 5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고, 캘리포니아는 카운티별로 점진적으로 확대 중이다. 또 33개 주에서는 유권자가 신청할 경우에 한해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다. 1992년 8%의 유권자가 이 제도를 이용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서 2016년에는 21%가 우편으로 대통령을 뽑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부정선거와 외국의 개입 가능성을 이유로 우편투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면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투표가 쉬워지면 지금까지 투표율이 낮았던 저소득층과 소수인종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해서 공화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사실 지난 몇 십년 동안 투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개혁에 공화당이 꾸준히 반대해 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우편투표의 역사를 보면 부정선거 사례는 0.01% 미만으로 극히 드물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화당에 결코 불리하지도 않았다. 콜로라도는 2014년 도입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더 크게 증가해서 공화당 후보들이 대거 승리했다. 오하이오도 2016년과 2018년 모두 이 제도로 공화당이 이익을 더 많이 봤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노인과 농촌 거주자가 더 많이 이용했으며 흑인과 히스패닉은 백인보다 평균 5%포인트 적게 우편투표를 했다. 또한 우편투표가 무효 처리되는 경우가 상당한데, 대부분이 젊은층과 소수인종이 투표 과정에 실수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심정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나, 선거유세 결정이나 우편투표 반대의 경우는 자신에게 결과적으로 불리한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최근 연방대법원에서 진보적인 결정을 수차례 한 것을 역으로 이용해 보수층을 자극하는 전략이 등장했는데, 공화당이 성공한 역사가 있는 동성애, 낙태, 불법이민 이슈이어서 그 효과를 조금 두고 볼 일이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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