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0)페이' 오명 듣던 '제로페이' 어떻게 살아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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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가맹점과 결제액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다. 사진은 제로페이 가맹점인 서울 관악구 한 전통시장의 분식집.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서울 은평구에 사는 강은지(38ㆍ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쓴다. 그가 15년 넘게 써오던 익숙한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택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무관치 않다. 제로페이는 모바일 응용 소프트웨어(앱)의 QR코드를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돈을 보내는 방식이라 결제 시 상대방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 씨가 제로페이로 갈아탄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내 신용카드는 사용 실적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됐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 해외에 나갈 일이 없으니 굳이 신용카드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며 "소상공인 수수료 절감에 도움되고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도 있는 제로페이가 여러 면에서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비대면 소비와 정부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제로페이 누적 결제액은 전날인 1일 기준 5,000억원을 넘었다. 서비스 시작 1년 반에 이룬 성과다. 제로페이 결제액은 지난해 총 768억원이었으나 올해 4월부터는 매월 1,000억원 이상 결제되고 있다.
작년 초 서비스를 시작한 뒤 좀처럼 이용률이 늘지 않아 한 때 '제로(0)페이'라는 오명까지 들었던 제로페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지난 달 말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56만9,000개로 지난 해 말 대비 75.6% 증가했다. 특히 2월에서 3월 사이 한 달 간 가맹점이 12만5,000개나 늘었다. 누적 결제액도 3월 1,355억원에서 4월 2,376억원, 5월 3,843억원, 6월 4,969억원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제로페이 활성화에 한 몫 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등이 제로페이로 지급되면서 사용이 급증했다. 최근 시작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할인행사인 '대한민국 동행세일'도 제로페이 사용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동행세일 시작일인 지난 달 26일부터 5일 만에 제로페이로 240억원이 결제됐다. 제로페이로 5,000원 이상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5%를 돌려주는 행사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민간 재단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윤완수 이사장은 "제로페이가 우리 생활 속의 결제 인프라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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