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버들, 김종인 체제 이후 모습 감춰
'중도층 확장' 김 위원장 지향이 분위기 바꾼 듯
2일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청 228호 회의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 통합당 각종 회의에 빠지지 않고 고개를 내밀었던 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당직자와 취재진 사이에서 보조 배터리를 연결한 휴대폰을 들고 경쟁적으로 회의를 중계하던 보수 유튜버들이 그 주인공이다.
보수 유튜버들은 특히 지난달 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부터 온데간데없다. 통합당의 한 사무처 관계자는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보수 지지층들로 가득 찼던 광화문 집회 때까지 따라와 중계를 하던 때와 비교하면 요즘 당 주변에서 유튜버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오히려 요즘같이 당이 힘든 시기에 더 찍어달라고 하고 싶은데 어디로들 가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 유튜브 채널도 김종인 체제 등장 이후 달라졌다. 보수 유튜브 채널 출연자가 진행하던 코너인 '뉴스쇼 미래'는 4월이 마지막이었다. 이 코너 진행자였던 박창훈씨가 3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임기가 끝나면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됐는데 5월부터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 때와 비교하면 변화의 모습은 좀 더 확연해진다. 황 전 대표는 본인부터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거나, 선거운동 현장에서 유튜버들을 유권자에게 소개하는 등 보수 유튜버들을 적극 활용했다. 황 전 대표 이름을 딴 '청년 황교안TV' 같은 유튜브 채널이 생겨날 정도였다. 황 전 대표 체제에서는 당 지도부가 보수 유튜브 채널에 대한 규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심재철 전 통합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좌파들이 보수 유튜브 채널 영상을 한번에 신고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조작하겠다는 제2의 드루킹 음모"라고 지원사격까지 나섰다.
통합당 의원들의 보수 유튜브 채널 출연 빈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표적 채널인 '신의 한수' 에는 지난 1~ 3월까지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해 6명의 20대 통합당 현역 의원이 출연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서는 지난달 홍석준 의원이 단 한 차례 출연했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통합당 내부의 시각이다. 실제 김선동 통합당 사무총장은 이날 "보수 유튜버들에 대한 당 차원의 의도적인 거리두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황교안과 김종인이라는 정치인이 지향하는 이념의 차이가 불과 몇 달 사이에 당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바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극우 보수까지 끌어안고자 했던 황 전 대표와 달리 김 위원장은 중도층 확장이 지상과제다. 당내 반발을 불러오면서까지 '보수'라는 단어를 배제할 정도로 김 위원장은 중도층 확장을 당 쇄신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비대위원장 임기 동안 김 위원장이 중도층을 향해 어필할 정책부터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다. 통합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 유튜버들이 대부분 극우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김종인 체제의 통합당과 근본적으로 궁합이 맞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김종인 위원장도 취임 후 한 달여간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지 않았다. 통합당 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 출범 후 오히려 보수 유튜버들이 김 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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