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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이 규칙을 더 잘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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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이 규칙을 더 잘 지킬까

입력
2020.07.02 14:5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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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국가는 규칙을 더 강화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국가는 규칙을 더 강화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개인이 사회를 이룰 때 갈등의 서사는 시작된다. 사회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규범과 규칙을 만든다. 범죄로 규정된 행동을 해선 안되고, 통용되는 교통 신호를 따라야 하고, 이웃들에 적절한 예의도 갖춰야 한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규범은 거꾸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정 집단이 만든 규범은 이에 합의할 준비가 된 집단에서만 통하기 때문이다. 규범이 다른 집단과 만나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의 유명 심리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사회규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한 것이다.

저자는 사회 규범의 강도에 따라 한 집단의 문화를 ‘빡빡한 문화’와 ‘느슨한 문화’로 구분한다. 빡빡한 문화는 사회 규범이 강하고 일탈을 거의 용인하지 않지만, 느슨한 문화는 사회 규범이 약하고 매우 관대하다. 선을 지키는 사회와  선을 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쓰레기 투기부터 무단횡단, 치우지 않은 개똥까지 사소한 규범 위반이 자주 일어나는 느슨한 문화 국가로 분류된다.  반면 보도가 깨끗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을 엄수하는 싱가포르나 일본은 빡빡한 문화 국가다. 느슨한 문화 사람들은 동성애자, 인종이나 종교가 다른 사람, 외국인 노동자, 미혼모 등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지만 빡빡한 문화의 사람들은  관습에서 벗어나는 이들을 쉽게 배척한다.

 

?빡빡함 지수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동성애자와 함꼐 살지 않으려는 마음도 강해진다. 시공사 제공

?빡빡함 지수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동성애자와 함꼐 살지 않으려는 마음도 강해진다. 시공사 제공


빡빡함과 느슨함의 차이는 국가, 조직, 사회계층, 가정 간의 갈등과 분열을 설명해주는 주요한 요인이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겼던 것도 미국 50개주 중에서 빡빡한 경향이 높은 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 규범을 더 잘 따르는 이유도 상류층보다 하류층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규칙을 깨도 큰 타격이 없지만,  가난한 이들은 규칙을 깨면 일자리를 잃거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등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젊은이들이 극단적인 무장단체에 동참하는 것 또한 불안의 시대에서 표류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엄격한 규범과 명확한 목적을 갖춘 빡빡한 집단에 쉽게 이끌린다는 얘기다.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 미셸 겔펀드 지음 이은진 옮김 시공사 발행 448쪽 2만원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 미셸 겔펀드 지음 이은진 옮김 시공사 발행 448쪽 2만원


갈등과 분열을 줄이려면 빡빡함과 느슨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극단적인 빡빡함이나 느슨함은 어떤 집단에게도 최적의 수준일 수 없다. 느슨한 문화에서 잉태된 신기술, 인터넷의 세상에 살면서, 동시에 감시와 규제 등 빡빡한 문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러니 계속 물으라. “나는 빡빡한가, 느슨한가”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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