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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왜 22년이나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걸까

입력
2020.07.01 19:00
수정
2020.07.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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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정리해고 등 '노사정 대타협' 생채기 남겨

文정부 출범 후 변화 모색... '강경파' 반대로 무산

[저작권 한국일보].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갑작스런 불참 통보로 취소됐다. 배우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갑작스런 불참 통보로 취소됐다. 배우한 기자

22년만의 ‘노사정 대타협’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끝내 무산됐습니다. 1일로 예정됐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민주노총은 1999년 사회적 대화기구를 탈퇴한 이후 복귀하지 않고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관련 기구에 참여 의사를 밝힌 한국노총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은 민주노총의 ‘결단’만 기다리게 됐죠.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왜 20년 넘게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걸까요.


출발부터 삐걱댄 사회적 대화 ‘트라우마’?

1998년?1월 20일 노(勞) · 사(使) · 정(政)위원회의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 한광옥 국민회의 부총재, 배범석 민주노총위원장 직대(왼쪽부터)가 우여곡절 끝에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1월 20일 노(勞) · 사(使) · 정(政)위원회의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 한광옥 국민회의 부총재, 배범석 민주노총위원장 직대(왼쪽부터)가 우여곡절 끝에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트라우마'는 1998년 노사정 위원회(노사정위)의 출범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라는 ‘경제국치’를 맞아 노사정의 대타협을 강조하며 노사정위를 만들었어요. 국가의 중요한 문제를 정부와 재계, 그리고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풀어가자는 취지였습니다. 한국노총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이에 참여했죠.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노동자들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정리해고ㆍ파견근로제’가 안건에 오를 수밖에 없었어요. 

노사정위는 1988년 1월 밤샘 협상 끝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도출해냈으나 이후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실업자가 대량 발생했어요. 대타협 끝에 노동계가 치러야했던 희생이 적지 않았던거죠. 거기에 더해 전국교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등 노동계가 요구했던 합의 사항은 지켜지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가게 됐습니다.


1998년 노사정 위원회의 공동 선언문 관련 기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노사정 위원회의 공동 선언문 관련 기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처럼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는 단 한번도 노사정 3주체가 모두 만족할만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적이 없었어요. 민주노총은 이로 인해 사회적 대화에 “일방적 양보만을 강요하면서 들러리를 세운다”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IMF 당시의 기억 때문에 '한 번 속지 또 속냐'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文 대통령 당선으로 '봄 바람' 부나 했지만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고 또 투쟁보다는 정부와의 대화ㆍ타협을 선호하는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김영삼 정부로부터 '불법단체' 딱지를 받으며 첫발을 내뎠던만큼 투쟁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친노동 정부’의 깃발을 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2017년) 이후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새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김명환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위원장에 당선됐고, 정부 역시 초대 노사정위원장(문성현 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노동계 출신으로 임명하면서 의지를 드러냈어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2018년에는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가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어요.

같은해 11월 출범한 경제노동사회위원회(경사노위)는 2019년 1월 민주노총의 정기대의원회에서 관련 안건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렸지만, 격론 끝에 부결되는 등 김 위원장 및 집행부의 의지에도 강경파의 반대는 거셌습니다.


코로나19 협약식도 취소... 노사정 대화의 앞날은

노사정 합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 반대 조직들이 1일 오후 2020년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집을 소집해 노사정 합의 참여를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반대 조직에 의해 노사정 합의는 무산됐다. 연합뉴스

노사정 합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 반대 조직들이 1일 오후 2020년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집을 소집해 노사정 합의 참여를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반대 조직에 의해 노사정 합의는 무산됐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대한 의견을 모으려고 했으나 무산됐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일부 산별노조는 관련 합의안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해고금지나 생계유지 대책, 고용보험 확대 적용 등은 모호하다고 지적했어요. '사측이 근로시간 단축, 휴업ㆍ휴직 등을 요구하면 노동계가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습니다. 지난달 29일과 1일 회의에서도 같은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했죠.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직' 까지 내걸고 추인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반대하는 노조원 100여명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실 입구를 막아서기도 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쓰러져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코로나19 노사정 합의는 향후 노사정 대화 재개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는데요. 문턱에서 또 다시 주저앉으며 또 다시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다만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협약식 취소 후 공관에서 연 브리핑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노사정 간 좀 더 지혜를 모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만큼 대화의 문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자료조사 박서영 solu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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