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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을 '나무딱지'로 미 테니노 시의 색다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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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을 '나무딱지'로미 테니노 시의 색다른 실험

입력
2020.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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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36만원을 1890년대식 화폐 형태로 지급
딱지를 웃돈 받고 팔아 부수입 거두기도
시장 "코로나19 속 지역 상권 살리기 위해"

미국 워싱턴주 테니노시의 지역화폐. 테니노=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 테니노시의 지역화폐. 테니노=AP 연합뉴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블루치즈 샐러드 드레싱, 버터, 칠면조, 개 사료, 치약…총 24.97달러(약 3만원)짜리 식료품을 산 로리 말렌브레이(63)씨는 계산원에게 화폐나 카드 대신 작은 나무 딱지를 건넸다. 인구 2,000명도 채 되지 않는, 미국 워싱턴주(州) 소도시 테니노의 지역화폐다. 

"테니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지역 내 경기 침체를 이겨 내기 위해 매달 300달러(약 36만원)짜리 지역 화폐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화폐는 테니노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주유소ㆍ자동차 수리소 등 대부분의 사업체에서 사용 가능하다. 다만 술ㆍ담배ㆍ마리화나 구매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 지역화폐는 무상으로 주민들에게 제공돼, 기본소득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프로그램 초기에 지원을 신청한 말렌브레이는 통신에 "내가 일해왔던 회사는 실업급여를 주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현재 받는 월급이 평소와 똑같은 것도 아니다"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 화폐는 큰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테니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마리아 윌리엄스도 "주민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시(市)가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소상공인들은 이 화폐를 실제 달러로 상환할 수 있다. 또는 화폐를 따로 판매해 부업으로 삼을 수 있다. 일부 상인들은 동전 수집가들에게 액면가의 3배를 받고 팔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웨인 포니에 테니노시장은 "이곳은 여름철 관광에 많이 의존했던 지역"이라며 "지금 모든 것이 폐쇄된 탓에 우리끼리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런데 테니노 지역화폐의 독특한 점은 카드나 현금 형태인 다른 지역화폐와 달리 오래된 나무딱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통신에 따르면 이 화폐는 얇게 깎인 단풍나무로 만들어졌다. 1890년대 지역 신문 제작에 이용된 방법이다. 색인카드의 두께ㆍ크기ㆍ유연도 모두 미국 대공황 시절 만들어진 화폐를 본떴다. 타일러 휘트워스 전 상공회의소 회장은 통신에 "나무딱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직불카드나 현금은 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5월 21일 미국 워싱턴주 테니노에서 한 제조업자가 1890년대 프레스기를 사용해 지역화폐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테니노=AP 연합뉴스

5월 21일 미국 워싱턴주 테니노에서 한 제조업자가 1890년대 프레스기를 사용해 지역화폐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테니노=AP 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재난형 기본소득'은 어떨까. 우선 대부분이 모바일형이나 카드형으로 지급된다. 서울시의 '서울사랑상품권', 인천시의 '인천e음 카드', 충청남도의 '천안사랑카드', 전라남도의 '광주상생카드' 모두 카드형 혹은 모바일형이다. 이에 테니노의 나무딱지 지역화폐 소식을 들은 한 누리꾼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화폐에 비해 사람 냄새가 난다"고 평하기도 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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