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개편 맞물려 동력 재확보 움직임
문 대통령 "11월 美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필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급상승했던 한반도 안보 위기가 불과 보름만에 '대화 재개' 무드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불러앉히기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내고, 한국 정부는 '미국 대선(11월) 전 북미정상회담' 필요성을 들고나와 판을 키우는 양상이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외교안보라인 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남북대화에 다시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열린 유럽연합(EU) 지도부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 북미가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한국은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그동안 어렵게 이룬 남북관계 진전과 성과를 뒤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인내심을 갖고 남ㆍ북ㆍ미 간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적 모멘텀이 마련됐다는 정부 판단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사 조치를 예고했던 북한은 같은 달 23일 돌연 군사 행동을 '보류'했다. 대화 판 자체를 뒤엎지는 않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나름의 유화 조치로 해석됐고, 이에 따라 대북 탐색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한미 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생각은 이미 미국 측에 전달됐다"며 "미국 측도 공감하고 있고 현재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대화 재개 신호를 발신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한 포럼에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며 추가 협상 여지를 열었다.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은 어려워 보인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으나,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은 셈이다. 비건 부장관은 오는 7일쯤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달 30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의 도발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비핵화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은 더디지만 대화와 진전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물론 미국 조야 인사들과 교류해온 국내 원로들도 올 하반기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주목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의 대담에서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할까, 이것은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들지만 미국 쪽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고무적인 게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북 대화 새 동력이 감지되면서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후임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인영 의원 하마평이 무성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조만간 교체될 것이란 전언이 계속해서 나온다. 그 빈자리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채우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새로 국정원장에 앉혀 '서훈-임종석' 투톱라인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임 전 실장이 안보실장을 맡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정의용 실장이 담당 해온 대미(對美) 소통 부분이 약화될 것이란 게 대통령의 고민이다. 때문에 미국통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전면에 등판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김 차장의 경우 청와대 내부는 물론 일선 부처와도 마찰이 잦아 승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또 서훈 원장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이동하고, 대북 전문가인 김상균 2차장이 국정원장을 맡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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