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어르신들 한글 깨친 후 시집 펴내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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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어르신들 한글 깨친 후
시집 펴내 '뭉클'

입력
2020.07.01 16:14
수정
2020.07.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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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 3년 노력 
상남ㆍ횡보마을 어르신 38명 삶 담아
시구 마다 '정한ㆍ여운ㆍ지혜' 넘쳐
4일 상남마을회관서 출판 기념행사

경남 하동군 80대 어르신들이 펴낸 시집'가로내띠기의 행복' 표지. 경상대 제공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어머니 딸도 이제 이름 써요 박덕선'

박덕선 할머니의 '어머니'는 아주 짧은 시인데도 어린시절 딸이라고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시구 사이로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처음엔 한글도 몰랐던 80대 어르신들이 3년 동안 한글을 배우고 익히며 마침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를 써 시집을 펴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남 하동군 횡천면 상남ㆍ횡보마을 어르신 38명.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80살.

시집 제목은 '가로내띠기의 행복'(도서출판 북인). 시집 제목의 '가로내'는 하동 횡천강의 순우리말이고, '띠기'는 처가나 본인의 고향 이름 따위를 붙여  그집을 부르는 택호(宅號) '~댁'의 사투리다. 가로내를 중심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의 애환과 역사를 시집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시집이 나오게 사연도 흥미롭다. 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하동군과 함께 2017년부터 '하동, 수(秀), 茶纖水(다섬수):결의 인문으로 물들다'라는 인문도시사업을 벌였다.

사업단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시를 가르치는 '실버 세대를 위한 꿈결 인문학 체험'을 추진했다. 이는 2010년부터 하동군이 어르시들에게 한글을 쓰고 읽도록 가르치는 문해교육을 해온 덕분에 가능했다.

여기에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을 이끄는 강인숙 단장을 비롯해 경상대 교수, 강사들의 노력이 보태져 시집 발간이 가능했다.

또 경상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하동문학관, 소설가 하아무, 시인 박순현ㆍ현임옥ㆍ진효정 등 하동문인협회 회원들이 하나가 돼 어르신들의 삶을 시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행주 할머니는 '가장 행복했을 때'에서 '남편이 독신이라 애기를 기다리다 첫아를 낳았을 때 우리 가정 웃음꽃이 활짝 폈지 시어미니께서 낮참 밤참 따끈하게 해다주면 신랑이 "우리 각시는 배가 참 큰갑소"하더라네 그때 어찌나 부끄럽던지' 라며 행복했던 날을 또렷이 기억해 냈다.

박막달 할머니는 '첫날밤'이라는 시에서 '신랑이 멋져 보이기도 했어 첫날밤에 신방에서 저고리를 벗기는데 서로 부끄러워 손도 안잡고 잤어 입도 안 맞추고 그냥 남매처럼 잤어'라는 시로 첫날밤의 부끄러운 추억을 살포시 꺼냈다.

이 시집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는 오는 4일 오전 10시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회관에서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집 전달식만 간소하게 진행한다.

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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