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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로 판 깬 민주노총…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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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로 판 깬 민주노총…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물거품

입력
2020.07.01 17:05
수정
2020.07.01 23:5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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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 무산?
비정규직 등 “해고 금지 미흡” 반발에
민주노총, 협약식 15분 전 불참 통보

노사정 합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 반대 조직들이 1일 오전 2020년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집을 소집해 노사정 합의 참여를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반대 조직에 의해 노사정 합의는 무산됐다. 연합뉴스

노사정 합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 반대 조직들이 1일 오전 2020년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집을 소집해 노사정 합의 참여를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반대 조직에 의해 노사정 합의는 무산됐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합의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취소됐다. 합의 내용에 대해 민주노총 비정규직 단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초 협약식 참석 의사를 보였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막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아직 합의가 무산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나, 한국노총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갈등의 골이 커지면서 22년만의 노사정 공동 위기극복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노사정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총리공관 삼청당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을 열고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행사 시작 약 15분을 남기고 불참을 통보했다. 이미 노동계 대표자인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경영계 참석자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및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부 측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자리한 상황이었다.

민주노총의 협약식 불참은 예견된 일이었다. 민주노총은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부터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합의문 추인 여부에 대해 꼬박 하루가 넘게 토론했지만 내부 이견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김명환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 (합의문 수용여부를) 거취 포함 판단하겠다”고 밝혔고, 그가 자신의 직을 걸고 합의 타결에 책임을 질 것으로 판단한 정부는 협약식을 예정대로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날 오전 막판 내부협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황은 악화됐고, 급기야 협약식 직전까지 갈등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김 위원장의 참석은 취소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박했던 상황의 압박과 스트레스로 오후에 코피를 쏟으며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합의에 반발하는 단위는 비정규직 및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일부 지회 등이다. 이들의 주된 비판은 합의문에 해고 금지를 강제할 대책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의문은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을 언급하며 노동계에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적극 협력’할 책임을 담았는데, 이것이 되려 정리해고를 용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수억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장은 “22년전 노사정 대타협도 정리해고를 용인하고 파견노동을 확대했는데 이번 합의안에도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물론 원청의 책임을 강제하는 조항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합의내용에 대한 특수고용직(특고)근로자들의 반발도 강하다.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위원장은 “정부에서 고용보험을 적용하려는 특고 노동자는 250만명 전체가 아닌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77만명 뿐”이라며 “합의안은 휴업수당도 실업급여도 없는 노동자들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합의문에 담긴 노동자 보호조치는 부실한데 반해 기업에는 기간산업안정지원금을 주기로 했다”며 ‘기업 살리기’ 합의안이라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노사정 대화가 무산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우리가 수차례에 걸쳐 노사정 참여자들과 논의한 만큼 지금의 합의안은 우리의 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합의안을 놓아버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리실 역시 “합의안을 변경하거나 민주노총을 추가 설득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면서도 “합의가 최종 무산된 것은 아니며 민주노총의 의지에 따라 합의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니다”라며 노사정 합의의 문을 열어뒀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이 대화를 처음 제기한 정부와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소모의 시간으로 끝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만큼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종결됐다는 분석이 많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이번 사태로 민주노총 집행부가 사실상 탄핵에 가까운 강한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라 내부 반발을 저지하고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간 타협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도 단계적으로 대화를 시도해야 했지만 합의문 타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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