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와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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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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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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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윗사람이 부르거나 부탁하면 ‘예/네’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윗사람의 물음에 부정하는 답은 뭘까? ‘아니요’이다. 아랫사람이나 대등한 사람에게는 ‘응, 아니’라 하고, 윗사람에게는 ‘예/네, 아니요’라고 한다. 이것은 입말뿐만 아니라, 가부를 표할 서류에도 자주 쓰인다. 보험, 회원 가입을 위한 질문지, 가정통신문 등이 그 예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익숙해진 건강 문진표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아니요’가 아닌 ‘아니오’를 쓴다. 심지어 국어기본법에 따라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할 관공서의 문건에서도 ‘아니요’는 거의 안 보인다. 

  ‘아니요’와 ‘아니오’를 구별하기 힘들어하는 언중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간 국어 정책이 자주 바뀌어 헷갈린다는 말도 일부분 맞다. 그러나 ‘아니오’가 수년간 그대로 남아 있는 데는 ‘우리말이니까 아는 대로 써도 된다’는 합리화가 깔려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아니요’에는 기초 어휘 표식인 별이 3개나 달려 있다. ‘아니오’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글귀도 함께 보인다. 만약 문건에 적힐 말이 영어나 한자라면 사전을 찾았을 것이다. 정작 한국어 사전을 찾는 이들은 외국인 학습자다. 

  오늘 초등학교에 가는 막내 아이가 책가방에 국어사전을 넣었다. 방역으로 학교 사물함이 폐쇄되어 안 그래도 가방이 무거운데, 초등학생용이라지만 1,200쪽이 넘는 사전까지 넣는 까닭을 물었다. 국어 시간에 하는 활동이 있는데, 사전을 찾아봐야 많이 맞힐 수 있다면서 불룩한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메고 나섰다. 전달받을 지식보다 스스로 찾아 볼 것이 더 많을 때이다. 그런 나이의 아이들에게 찾아보는 활동의 가치를 알려주고, 어릴 때부터 사전을 손에 들 계기를 주는 학교 선생님께 더없이 고맙기만 하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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